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구속보다 제구라는 걸 아는 것 같다.”
KIA 좌완 불펜 최지민(20)은 전반기 37경기서 3승2패3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1.70이라는 눈부신 성적을 찍었다. WHIP 1.09에 피안타율 0.188. 홈런은 2개 맞았다. 성장통을 겪은 1년차와 달리 2년차에 KIA를 넘어 KBO리그 최고 수준의 왼손 불펜으로 성장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당당히 뽑혔다.
패스트볼 구속이 1년만에 5~10km 상승했다.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에서 투구 매커닉을 잘 가다듬은 효과가 결합하면서, 언터쳐블이 됐다. 좌완이 패스트볼 최고 148~149km까지 찍는데다 우타자 몸쪽으로 팍팍 꽂는 대담함까지 선보였다. 완전히 자신감이 붙은 덕분이다. 좌타자에겐 바깥으로 도망가는 슬라이더가 상당히 위력적이다.
4월20일 롯데전부터 5월27일 LG전까지 17경기 연속 무실점했다. 그런데 6월이 시작되자 첫 7경기 중 4경기서 실점하며 흔들렸다. 실점하지 않은 경기에도 볼넷을 잇따라 내주는 등 힘이 떨어진 모습이 역력했다. 체력이 떨어지면 미묘하게 좋았던 밸런스가 흔들릴 수 있고, 볼넷이나 실투 비중이 높아진다. 그러면서 조금씩 공략을 당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풀타임을 처음 경험한다. 144경기에 걸맞은 에너지 안배 요령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양현종 등 베테랑들은 가능한 자체 조정능력은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140km 후반을 쉽게 찍던 패스트볼이 140km 중반으로 내려왔다. 위기가 찾아온 듯했다.
아니었다. 최지민은 6월 첫 7경기를 치른 뒤 9경기서 단 1경기서만 실점했다. 심지어 6월28일 키움전부터 6경기 중 4경기서 멀티이닝을 소화했으나 시즌 초반의 위용을 되찾은 느낌이다. 특히 9일 수원 KT전과 12일 광주 삼성전서는 삼진만 3개씩 솎아냈다.
12일 경기를 중계한 KBS N 스포츠 박용택 해설위원은 “시즌 초반보다 스피드는 확실히 떨어졌다”라고 했다. 스피드는 떨어졌는데 투구내용은 시즌 초반처럼 압도적이다. 12일 경기의 경우 삼성을 잘 아는 포수 김태군이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구자욱을 상대로 바깥쪽 낮게, 보더라인을 찌르는 슬라이더는 예술이었다. 그 어떤 좌타자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좌타자 김재성을 상대로는 가운데로 몰렸으나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 전에 몸쪽으로도 백도어성 슬라이더를 넣으면서 시선을 분산한 효과가 있었다.
김종국 감독은 12일 광주 삼성전을 앞두고 “가장 발전한 선수가 지민이다. 기대보다 너무 잘 했다. (윤)영철이는 선발로테이션에서 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있었다. 지민이는 기대보다 더 잘했다. 구속이 올랐지만 이제 구속보다 제구라는 걸 아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속 욕심만 부리면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나는 공도 나올 수 있고, 밸런스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밸런스에 조금 문제가 있어 보였는데 좋아진 것 같다. 공격적인 투구로 파울도 잘 유도한다”라고 했다. 다시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하면서, 타자와의 승부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4월 10경기서 1홀드 평균자책점 2.19, 5월 11경기서 2승2홀드1세이브 평균자책점 제로, 6월 11경기서 2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3.18, 7월 5경기서 1승2홀드1세이브 평균자책점 1.59. 이 기세를 아시안게임까지 끌고가면 한국은 경기후반 큰 무기 하나를 얻는다.
김 감독은 정해영이 5월 말 2군에 내려갔을 때 최지민을 마무리로 쓰는 비중이 의외로 크지 않았다. 메인 셋업맨도 처음인데 마무리까지 맡기면 과도한 부담을 가질 것을 우려했다. 실제 임기영이 팀이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갈 수 있게 도움을 줬고, 최지민도 덕분에 다시 부담을 덜고 힘을 낼 수 있었다. 이제 KIA에 최지민 없는 불펜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마무리감으로 손색없어 보인다.
[최지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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