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김명신이 굉장히 고생을 했습니다"
지난 2015년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두산 베어스는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았다. 해당 기간 동안 두산은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네 번의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왕조'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지난해 두산 60승 2무 82패로 창단 첫 9위의 아픔을 겪었고, 시즌이 끝난 뒤 '리툴링'에 나섰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의 임기가 끝나자 재계약을 맺지 않고 새로운 사령탑을 물색하기에 나섰고,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리는 이승엽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들 모두 물갈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는 '최대어'로 불리던 양의지의 마음도 총액 '152억원'으로 사로잡으며 새로운 시즌을 맞았다.
스타트는 나쁘지 않았다. 두산은 4월 12승 1무 11패 승률 0.522의 성적을 거뒀고, 5월 11승 11패 5할 승률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큰 격차는 아니었지만, 두산은 꾸준히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을 수 있는 중위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6월 하락세를 그리기 시작하더니 10승 14패에 머물렀고, 6월이 끝난 시점에서 순위는 6위였다.
그러나 7월부터 두산은 달라졌다. 두산은 지난 1일 울산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맞대결을 시작으로 삼성 라이온즈, 키움 히어로즈를 연달아 무너뜨리며 상승세를 타더니, 12일 SSG 랜더스까지 잡아내면서 파죽의 9연승을 질주했고, 구단 최다 연승 기록인 10연승에 근접하게 됐다.
시즌 극초반과 다르게 두산의 전력에 변화가 있다면 학교폭력 문제로 재판을 받았던 이영하가 1심에서 무죄를 받고 마운드로 돌아온 것과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을 방출, 브랜든 와델을 다시 영입한 것밖에 없었다. 전력에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두산이 42승 1무 36패의 훌륭한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물론 모든 선수들의 공이 포함돼 있는 성적이지만, 이승엽 감독은 전반기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로 주저 없이 김명신을 꼽았다. 김명신은 올 시즌 35경기에 등판해 43⅓이닝을 소화, 2승 2패 8홀드 평균자책점 2.91을 기록 중. 성적이 크게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지만, 사령탑이 김명신을 꼽은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역할'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전체 20순위로 두산의 선택을 받은 김명신의 가장 큰 장점은 '다재다능'함이다. 김명신은 불펜에서는 조기에 투입돼 긴 이닝을 막아주는 '추격조'의 역할을 물론 선발 투수와 본격 불펜 투수들을 이어지는 '가교', 승기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멀티이닝을 막아내야 하는 역할까지 모두 소화가 가능한 선수다.
김명신은 지난 4월 10번의 등판에서 1패 평균자책점 6.30으로 크게 부진한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5월 11번의 등판에서 15⅔이닝을 소화하면서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2.30 6월에는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했다. 7월은 7경기에서 1승 5홀드 평균자책점 '제로'로 '완벽' 그 자체다. 여러 역할을 통해 두산이 전반기 좋은 성적을 내는데 큰 힘을 보탰다.
김명신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이승엽 감독은 "김명신은 제구력이 좋은 투수다. 스피드에 비해 공에 힘이 있는 편이다. 트랙맨 수치는 잘 모르겠지만, 육안으로 봐도 공 끝에 힘이 있고, 제구가 좋다 보니 상대가 연타를 칠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연타를 맞지 않을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김명신이 올라가면 안정감 있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구력'이 뛰어난 장점이 이승엽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두산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사령탑은 "요즘 스피드가 빠른 투수들은 많은데 제구력, 로케이션이 정확하지 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볼넷을 비롯해 장타를 허용할 수 있는데, 제구가 되면 장타를 맞을 확률이 낮다"며 "김명신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 제구력"이라고 극찬했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김명신은 올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김명신이 올 시즌이 끝났을 때 어떠한 성적표를 손에 넣게 될까.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난 후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을 잘 이겨내야 한다.
[두산 베어스 김명신, 이승엽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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