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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2021년 8월 4일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아레나.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이 2020 도쿄올림픽 8강전에서 '유럽의 강호' 튀크키예에 극적인 승리를 신고했다. 풀 세트 접전 끝에 3-2(17-25, 25-17, 28-26, 18-25, 15-13) 승리를 거두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튀르키예와 8강전은 한국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펼친 최고 명승부로 남아 있다. 오전 9시에 경기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3사 시청률 합계가 17.8%(닐슨코리아 집계 기준)나 나왔다. 포털사이트로 경기를 본 사람은 10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강에 오르며 한국 여자배구는 중흥기를 맞는 듯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인기 선수가 학교 폭력 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을 낳았고, 갑작스러운 외국 리그 진출로 구설에 올랐다. 대표팀은 세대교체를 시도했으나, 2020 도쿄올림픽 주축 멤버들이 빠지며 국제 경쟁력을 완전히 잃었다.
한국은 2021년과 2022년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전패를 당했다. 12전 전패 승점 0이라는 기록을 똑같이 적어냈다. 세사르 곤살레스 에르난데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추락을 거듭했다. 세사르 감독은 유럽 프로 팀과 '투 잡'을 선택해 또 다른 비판을 받았다. 대표팀은 세계 수준에서 멀어지면서 아시아에서도 2류로 전락했다.
튀르키예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에 덜미를 잡혔지만 꺾이지 않고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2021년 VNL에서 3위에 올랐고, 2022년 VNL에서는 4위에 랭크됐다. 그리고 올해 VNL에서 대망의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18년부터 시작된 VNL에서 5회 연속 4강 진출을 이뤄냈다. 유일하게 전 대회 4강행을 이루며 한국과 대조를 이뤘다.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 만에 자리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국은 세대교체 실패와 내부 문제 등으로 추락을 거듭하며 세계적인 강호들의 '승점자판기'가 되고 말았다. 반면에 튀르키예는 조금씩 발전해 드디어 세계 정상 정복에 성공했다. 높이와 세기를 겸비한 팀으로 거듭나면서 여자배구 세계랭킹 1위에 당당히 올랐다.
한국은 2년 전 2020 도쿄올림픽에서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4강에 진출했다. 유럽과 남미 팀들을 꺾고 준결승 고지에 올라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웠다. 하지만 2년 만에 세계 수준에서 완전히 멀어지며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세대교체 실패로 공격과 수비가 모두 눈에 띄게 약해졌다.
이번 2023 VNL에서 아시아 두 팀이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다. 중국이 당당히 역대 아시아 국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했고, 일본도 8강에 올랐다. 한때 라이벌로 여긴 중국과 일본이 세계적인 팀들과 대등하게 싸울 때, 한국은 힘도 제대로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내리막을 걸었다.
[세사르 감독(위, 아래), 튀크키예 대표팀 선수들. 사진=마이데일리 DB, VNL 홈페이지]
심재희 기자 kkamano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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