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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목동 박승환 기자] "오해가 생긴 것 같다"
마산 용마고 장현석은 1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야구선수권대회 32강 광주 진흥고와 맞대결에서 3⅓이닝 동안 투구수 47구, 1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압권'의 투구를 선보였다.
장현석은 올해 열리는 KBO 신인드래프트에 나올 선수들 중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은 물론 변화구까지 수준급이라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는 장현석은 KBO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다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장현석은 아직까지 진로에 대한 결정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장현석에 큰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18일) 비로 인해 서스펜디드가 선언되기 전은 물론 19일 경기가 재개된 목동야구장에는 KBO 구단을 비롯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스카우트들이 장현석을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전날(18일) 0-1로 뒤진 2회말 2사 만루의 대량 실점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장현석은 첫 타자 박성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군더더기 없는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3회 김호진-김재민-이주현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묶어냈고, 4회 박규승-신성중-김시완의 하위 타선까지 꽁꽁 묶으며 '완벽투'를 선보였다. 특히 3회 1사 이후 네 타자 연속 삼진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전날 수도권에는 오전에 적지 않은 비가 내렸고, 용마고와 진흥고의 경기는 1시간 30분 이상의 기다림 끝에 서스펜디드가 선언됐다. 그리고 19일 오전 8시 용마고가 0-1로 뒤진 5회초 2사 1, 2루에서 경기가 재개됐고, 장현석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마운드에 섰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짧은 휴식만 취하고 마운드에 올랐던 탓일까. 장현석의 투구는 전날과는 조금 달랐다.
장현석은 5회말 선두타자 류시우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한 스타트를 끊더니, 후속타자 강주형에게 초구를 공략당해 좌익수 방면에 2루타를 허용했다. 무사 2, 3루의 실점 위기. 여기서 장현석의 진가가 드러났다. 직구 제구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자 장현석은 변화구의 비중을 늘리며 투구를 이어갔다.
장현석은 2, 3루 위기에서 진흥고의 2번 타자 박성하에게 몸 쪽으로 형성되는 슬라이더를 던져 루킹 삼진을 뽑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이후 김호진에게는 볼 3개를 연달아 던지며 흔들리더니, 변화구 두 개를 스트라이크존에 집어넣으며 3B-2S 풀카운트 승부를 펼치게 됐고, 6구째를 통해 2루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그리고 후속타자 김재민과도 2B-2S 승부 끝에 3루수 땅볼을 만들어내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압권'의 투구를 바탕으로 큰 위기를 벗어난 장현석은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과정에서 울부짖으며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날 용마고는 9회초 2사후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냈고, 연장 10회초 2사 만루에서 손율기가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쳐 4-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16강 무대를 밟게 됐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장현석은 해명의 시간을 가졌다. 바로 전날(18일) 벌어진 일 때문이었다. 2사 만루 위기에서 등판한 장현석은 '보크'로 의심받을 수 있는 행동을 했다. 이때 목동구장의 여기저기에서 '보크!'라는 외침이 쏟아졌지만, 심판진은 장현석의 보크를 선언하지 않았다. 그리고 장현석은 이닝을 매듭짓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과정에서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의미의 '쉿' 세리머니를 펼쳤는데, 이 행동이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진흥고와 32강전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장현석은 "기사에 나왔던 것처럼 (진흥고 김인호) 감독님께 한 것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조심스럽게 말 문을 열며 "마운드에 내가 올라갈 때부터 진흥고 벤치에서 파이팅이 조금 심했었다. 그냥 듣고 있었는데, 마운드를 내려가는 순간까지도 너무 심해서 벤치의 선수들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현석은 전날 서스펜디드가 선언된 후 용마고 진민수 감독과 함께 진흥고 김인호 감독을 찾아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도발을 했다는 기사가 나온 뒤 우리 감독님과 함께 김인호 감독님을 찾아가서 '죄송합니다. 그런(도발) 게 아니었다'고 말씀을 드렸다. 김인호 감독님께서도 흔쾌히 '괜찮다'라고 해주셨다. 모두가 오해를 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재능은 프로 무대에서도 당장 통할 수 있을 정도지만, 아직은 고등학교 3학년인 장현석은 이번 일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그는 "작년까지는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마지막 시즌이라서 좋으면 좋다, 안 좋으면 안 좋다는 표현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어제(18일)도 나만의 표현이었는데 오해가 되기도 했다. 앞으로는 '이러면 안 되겠구나'를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로 용마고가 16강 티켓을 손에 넣게 되면서, 장현석이 청룡기에서 던지는 모습을 계속해서 볼 수 있을 전망. 그는 "오늘 경기가 빨리 시작돼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스스로 느끼기에 직구 회전력이 떨어진 느낌이었기 때문에 맞춰 잡는 피칭을 하려고 했다"며 "우리 경기 일정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고, 감독님이 결정하시겠지만, 계속해서 던질 것 같다. 선발로는 한 번도 나가지 않았는데, 선발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싱긋 웃었다.
[마산 용마고등학교 장현석. 사진 = 목동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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