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에서 지내는 건 행복이다. 팬들 사랑을 느낀다.”
KBO리그 최고 에이스 에릭 페디(30, NC)는 올스타전에 가족이 총출동했다. 친동생 케빈이 여권을 태우는 아이디어를 직접 냈다. 15일 올스타전 직후 만난 페디는 16일에 가족과 함께 부산 여행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기분 좋게 휴식을 마쳤고, 17일부터 팀 훈련에 합류했다.
페디는 “한국에서 지내는 건 행복하다. 팬들 사랑을 느낀다. 후반기에도 힘 내고 싶다”라고 했다. 후반기에 페디가 정복 가능한,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없는 이정표를 향해 달린다. 1997년 김현욱 이후 26년만의 20승-1점대 평균자책점이다.
롯데 김현욱 투수코치는 1997시즌에 70경기서 20승2패6세이브 평균자책점 1.88로 맹활약했다. 구원투수로 157.2이닝을 소화하며 달성한 대기록이다. 이후 20승을 차지한 투수도, 2010년 류현진까지 1점대(1.82) 평균자책점을 찍은 투수들도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을 동시에 찍은 투수는 없었다.
현실적으로 선발투수가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을 동시에 찍는 건 상당히 어렵다고 봐야 한다. 체력이 떨어지면 투구밸런스가 흔들리고, 승리도 멀어지고 평균자책점도 올라간다. 아프기라도 하면 20승은 꿈의 수치다.
근래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에 동시에 가장 근접한 투수가 2007년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의 22승, 평균자책점 2.07이었다. 당시 리오스는 33경기서 5패에 234.2이닝을 소화했다. 기본 7이닝을 소화했고, 나흘 쉬고 닷새만의 등판도 적지 않았다. 그때 두산 토종 3~5선발진이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단, 리오스는 훗날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됐다.
올해 페디가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 동시 정복에 나선다. 전반기 15경기서 12승2패 평균자책점 1.71이다. NC는 후반기에 66경기를 치른다. 페디가 성실하게 로테이션을 소화하면 13경기에 등판 가능하다. 여기서 8승을 더해야 하고 1점대 평균자책점을 지켜야 한다.
절대 쉬운 미션이 아니다. 1~2차례 대량실점을 해버리면 1점대 평균자책점을 지키기 어렵다. 전반기에 3점 이상 내준 경기가 단 두 차례이긴 했다. 그러나 체력이 떨어지고 팀당 맞대결이 늘어나면 분석도 되고 공략 포인트가 읽히기도 한다. 아무리 페디라고 해도 장담하긴 어렵다.
그래도 페디는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투수다. 일단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투심 평균 149km를 찍었다. 여기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스위퍼를 고루 섞는다. 구종 별 정교한 커맨드, 다양한 피치 디자인을 설계하는 영리함 등이 돋보인다. 단순히 힘으로만 승부하는 투수가 아니어서 시즌 막판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을 지켜낼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마지막 변수는 역시 NC 타선이다. 전반기에는 페디가 나선 경기에 득점지원이 잘 됐다. 2~3점만 내도 승률이 확 올라갔으니, 큰 부담은 없었지만, 후반기에도 꾸준히 득점지원이 돼야 20승 가는 길이 수월해지는 건 사실이다. NC 타선은 전반기에 대체로 기복이 심한 편이었다. 현 시점에선 골든글러브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간다고 보면 된다.
[페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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