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한 곳에 비중을 두고 있긴 하다"
2021년 KBO리그는 '심준석 리그'로 불렸다. 시속 150km 넘나드는 빠른 볼을 뿌리며 KBO는 물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은 '특급유망주' 심준석의 존재 때문이었다. 지금은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맺고 빅리그 진출의 꿈을 안고 미국 무대에 도전해 있는 상황이지만, 엄청난 재능을 갖춘 심준석이 KBO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다면 어떤 팀의 유니폼을 입을지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는 심준석의 거취가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많은 주목을 받았다면, 올해는 마산 용마고의 장현석이다. 장현석도 심준석과 마찬가지로 최고 156km의 빠른 볼을 뿌리는 '파이어볼러'로 국내·외 스카우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심준석은 고교리그에서 '제구'의 아쉬움이 뒤따른 선수였다면, 장현석의 경우 심준석보다 컨트롤적인 요소는 더 낫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KBO 신인드래프트가 다가오는 가운데 지난 18~19일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장현석은 '압권'의 투구를 선보였다. 장현석은 청룡기 32강 광주 진흥고와 맞대결에서 3⅓이닝 동안 투구수 47구, 1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는데, 최고 구속은 무려 154km를 기록했다. 기록에서 볼 수 있듯이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장현석은 18일 비로 인해 서스펜디드가 선언되기 전 0-1로 뒤진 2회말 2사 만루의 대량 실점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 박성하를 삼진 처리하며 경기를 출발했다. 그리고 3회에는 김호진-김재민-이주현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내더니, 4회 다시 한번 진흥고의 타선을 봉쇄했다. 특히 2회 1사부터 이어진 네 타자 연속 삼진 투구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진흥고와 용마고의 경기는 18일 진행되던 중 비로 인해 서스펜디드가 선언됐는데, 장현석은 19일 경기가 재개된 후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아침 8시, 휴식이 길지 않았던 탓에 18일의 베스트 컨디션은 아닌 듯했다. 장현석은 경기가 시작된 후 첫 타자 류시우에게 볼넷, 강주형에게 2루타를 맞아 무사 2, 3루의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장현석은 자신이 왜 KBO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지를 선보였다.
장현석은 위기 상황에서 만난 첫 타자 박성하를 삼진 처리하며 한숨을 돌리더니, 후속타자 김호진에게는 3B의 매우 불리한 카운트에서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 두 개를 꽂아 넣은 후 2루수 뜬공으로 타자를 요리했다. 그리고 김재민에게는 3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장현석은 마운드를 내려오는 과정에서 포효하며 위기를 극복한 기쁨을 만끽했다.
19일 최고 구속은 151km로 18일 154km에 비하면 조금 떨어졌고, 제구의 난조를 겪게 되면서 직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장현석이 큰 관심을 받고 있고, 아마추어 선수로 유일하게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 승선하게 된 이유는 빠른 볼만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장현석이 KBO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다면, 2022년 최하위에 머무르며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보유한 한화 이글스가 또 한 명의 특급유망주를 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가운데, 장현석은 심준석과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지, KBO 신인드래프트에 참가 여부를 놓고 큰 고민에 빠져있다.
19일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장현석은 거취 결정에 대한 질문에 "노코멘트하겠습니다"라고 웃으며 '결정을 했을 것 같다'는 말에는 "결정이라기보다는 한 곳에 비중을 두고 있긴 하다. 하지만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6대4 또는 5대5로 아직 청룡기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진로를 결정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장현석이 진로를 결정하게 되는 시점은 언제쯤이 될까. 그는 "청룡기가 끝나야 할 것 같다. 일단 청룡기가 끝나고 나서 해야 팀원들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나도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청룡기가 끝났을 때가 가장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룡기는 우천으로 인한 변수가 발생하는 것을 고려해도 이달 말이면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된다.
장현석의 부모님은 모든 결정 권한을 아들에게 맡겼다. 장현석은 "부모님은 항상 제 결정에 모든 것을 맡겨 주신다. 나만 결정을 하면 되는데, 고민이 많다"며 '해외로 가는 것을 응원하는 팬도 많지만, 국내로 오기를 기대하는 팬들도 있다'는 말에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항상 기분이 좋다. 그만큼 관심을 가져주시기 때문"이라고 싱긋 웃었다.
장현석은 올해 프로 유니폼을 입고 있는 '형'들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그가 미국 무대에 도전하든, KBO 구단과 손을 잡든 금메달을 획득할 경우 '병역 면제'라는 큰 혜택을 받게 된다. 이는 장현석에게 어떠한 상황이든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는 "(U-18 대표팀 불발의 아쉬움은) 있다. 초등, 중학교 때 청소년 대표의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나이 제한 때문이 어차피 안 되는 것이었다"며 "아시안게임에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갔을 때 열심히 성실하게 내 공을 잘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장현석이 속한 용마고는 지난 19일 진흥고를 꺾고, 16강 진출에 성공했고, 21일 비봉고와 8강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진로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안고 있는 장현석이 어떠한 투구를 보여줄까.
[마산 용마고 장현석.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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