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타구를 잡기 위해 빠르게 뛰었던 것도, 부상으로 이어질 만한 위험한 플레이를 했던 것도 아니었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은 어떻게 부상을 당했던 것일까.
키움은 24일 "외야수 이정후가 CM병원과 세종스포츠정형외과에서 MRI, X-레이 촬영 등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왼쪽 발목 신전지대 손상 진단을 받았다"며 "신전지대 손상은 발목 힘줄을 감싸는 막이 손상된 것으로 치료를 위해서는 봉합 수술이 필요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정후의 부상은 지난 2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 맞대결이었다. 이정후는 8회말 선두타자 롯데 김민석의 중전 안타를 특별한 이상 없이 잡아낸 뒤 갑작스럽게 벤치에 시그널을 보냈다. 평소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도 크게 내색을 하지 않는 이정후였기에 그가 보낸 신호는 심상치 않아 보였다.
이정후의 시그널을 받은 뒤 키움 벤치에서는 트레이너가 급히 외야쪽으로 뛰어나갔다. 이정후는 왼 발목을 가리키며 절뚝이기 시작했고, 이내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기까지 했다. 발목에 이상을 느낀 직후보다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이정후는 벤치로 돌아가 아이싱 작업을 통해 응급조치를 했고, 결국 23일 경기에 앞서 1군에서 말소됐다.
주말 경기였던 만큼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정후의 발목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발목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만은 분명했다. 팀의 '주축'인 이정후의 이탈에 홍원기 감독을 비롯한 동료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했다. 큰 부상이 아니더라도 1군에서 제외된 만큼 10일의 공백이 불가한 까닭이다.
홍원기 감독은 "그런 표현, 내색을 안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을 한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후와 입단 동기이자 절친인 김혜성은 "병원에 가봐야겠지만, 이야기를 듣기로는 (부상이) 가벼운 것 같지는 않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이어"우리 팀의 주장이고, 핵심인 (이)정후다. 절대 큰 부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리고 '370분' 혈투의 주인공이었던 송성문은 23일 경기가 끝난 후 "(이)정후의 검진 결과가 나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후의 공백을 한 사람이 메울 수는 없다"면서도 "나머지 선수들이 조금씩 힘을 모아서 끈질기게 경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료들의 바람과는 달리 이정후의 부상은 역시 가볍지 않았다. 사실상 시즌 아웃.
김민석의 안타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킬 만한 특별한 행동이 없었는데, 이정후가 부상을 당한 원인은 무엇일까. 홍원기 감독은 "본인에 의하면 김민석의 타구에 스타트를 걸다가 발목에 이상을 느꼈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키움 관계자 또한 구단 트레이너의 말을 빌려 "종종 그렇게 부상을 당하는 선수가 있다"고 말했다.
수술이 불가피한 이정후는 3개월 정도 전열에서 이탈할 전망이다. 키움은 "이정후는 25일 세종스포츠정형외과에서 추가 검진 후 수술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며 "수술 후 재활 기간은 약 3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전했다. 물론 개개인의 회복 속도가 다른 만큼 기간은 짧아질 수도, 길어질 수도 있지만, 키움은 물론 이정후 개인에게도 치명적인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키움은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난 첫 주말 3연전에서 롯데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둔 것과 달리 키움은 현재 8위에 머물러 있다. 순위 다툼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기에 언제든 상승세만 타면 중위권 도약을 노려볼 수 있지만, '핵심' 이정후가 빠진 상황이라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정후 개인에게도 지금의 부상은 매우 치명적이다. 올 시즌이 끝난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는 까닭이다. 물론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가 있기에 이번 부상으로 이정후에 대한 평가가 절하될 리는 없지만, 후반기 좋은 퍼포먼스를 통해 더 좋은 계약을 이끌어내는 것은 힘들 전망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도 '초비상'이다. 이정후는 키움을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서 국가대표팀에서도 '중심'이 되는 선수. 아시안게임은 오는 9월말 시작되는데 이정후의 예상 재활 기간은 3개월로 태극마크를 달고 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아시안게임의 경우 대회가 임박해서도 선수를 교체할 수 있는 만큼 KBO는 이정후의 회복과 대체 선수들의 컨디션을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키움은 당분간 새 외국인 타자 로니 도슨이 이정후의 공백을 커버할 전망이다. 홍원기 감독은 "도슨의 주 포지션이 중견수인데, 이정후가 오기 전까지는 도슨이 중견수를 맡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김혜성, 송성문, 홍원기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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