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롯데 자이언츠 '뉴 털보' 애런 윌커슨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완벽했던 투구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윌커슨은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10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투구수 76구, 6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역투하며 데뷔 첫 승을 손에 넣었다.
롯데는 올 시즌 내내 외국인 투수에 대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승부수를 띄우며 다시 손을 잡았던 댄 스트레일리와 찰리 반즈로 이어지는 '원·투 펀치'의 활약이 모두 아쉬웠던 까닭이다. 그나마 반즈는 컨디션이 좋을 때는 '난공불락'이라면, 스트레일리는 해를 거듭할수록 구속과 구위가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롯데는 올스타 브레이크에 앞서 외국인 타자를 교체했고, 휴식기가 한창이던 지난 18일 '털보에이스'로 불렸던 스트레일리와 동행에 마침표를 찍고 윌커슨을 영입했다. 윌커슨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아시아' 야구를 경험해 봤다는 점. 윌커슨은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서 5승 5패 평균자책점 4.08의 성적을 남겼다.
한신 시절의 '끝'은 좋지 않았으나, 시즌 초반 활약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윌커슨은 한신 입단 첫 달 3경기(17⅔이닝)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드높였다. 그리고 5월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윌커슨은 4경기(26이닝)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1.04로 펄펄 날았고, 센트럴리그 월간 MVP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문제는 이후였다. 윌커슨은 6월 4경기(15⅔이닝)에서 1패 평균자책점 9.19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고, 7월에는 2경기(10⅔이닝)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3.38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기회를 받지 못하더니 결국 시즌이 끝난 뒤 한신과 동행을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게 됐다.
윌커슨은 한신을 떠난 후 올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6.51로 부진했는데, 로봇 심판을 비롯해 피치클락 등 새로운 룰에 대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탓이었다. 롯데는 이러한 점까지 모두 고려해 윌커슨과 총액 35만 달러(연봉 25만 달러, 옵션 1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윌커슨에 대한 래리 서튼 감독의 첫 평가는 매우 좋았다. 지난 22일 윌커슨의 첫 라이브피칭을 지켜본 사령탑은 "윌커슨이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스트라이크존을 공격적으로 들어가는 모습, 손끝의 감각이 굉장히 좋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타자를 확실히 잡아낼 수 있는 무기도 있었다. 모든 구종이 좋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윌커슨도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나는 인터뷰를 하는 것과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로 던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고, 이를 커리어 내내 유지하면서 메이저리그도 경험할 수 있었다.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고, 8000m를 날아가는 홈런을 맞는 것이 볼넷을 내주는 것보다 낫다. 그만큼 출루 시키는 것을 싫어한다"며 싸움닭 기질을 드러냈다. 그리고 26일 첫 등판에서 이는 거짓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윌커슨은 최대 80구의 제한 속에서 투구를 펼쳤는데 최고 149km 직구(33구)를 바탕으로 슬라이더(17구)-체인지업(11구)-커브(11구)-커터(4구)를 섞어 던지며 11연승을 달리고 있는 두산 타자들을 5이닝 2실점으로 묶어냈다. 윌커슨의 투구에서 가장 돋보인점은 스트라이크와 볼의 비율. 윌커슨의 스트라이크는 76구 중 53구로 69.7%에 달했다. 특히 직구의 스트라이크는 33구 중 24구, 체인지업은 11구 중 10구로 제구의 정교함이 돋보였다.
두산의 KBO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명장' 김태형 前 감독이자 해설위원은 윌커슨의 투구를 보며 칭찬을 쏟아냈다. 김태형 위원은 "(두산 타자들이) 치고 못 치고를 떠나서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이 좋다", "커맨드가 좋다", "커브가 굉장히 위력적이다", "던지고자 하는 곳으로 공이 가는 퍼센트가 높다"고 제구 능력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윌커슨은 1회 시작부터 안타를 맞는 등 마운드를 내려갈 때까지 단 한 번의 삼자범퇴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탄탄한 제구력과 훌륭한 뜬공 능력을 선보이는 등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것은 분명했다. 사령탑 또한 "KBO리그 첫 등판인데, 뛰어난 제구력으로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고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일단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윌커슨의 남은 숙제는 체력이다. 이날도 순항을 이어가던 윌커슨은 5회 2사 이후 급격하게 흔들리며 실점하며 마무리가 깔끔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분명 나아질 요소. "롯데의 상승세를 위해 여기에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윌커슨이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한신 시절 월간 MVP를 수상했던 면모를 뽐낼 수 있을까. 일단 첫 단추는 잘 뀄다.
[롯데 선발 윌커슨이 2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의 경기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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