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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메이저리그 5개 구단이 시찰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 카터 스튜어트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오사카의 교세라돔에서 열린 2023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102구, 6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비자책)을 기록하며 데뷔 5년 만에 첫 승을 손에 넣었다.
스튜어트는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바로 메이저리그 지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무대에 입성한 것. 스튜어트는 지난 2018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스튜어트는 애틀란타에 입단하지 못했다. 이유는 부상 때문이었다.
애틀란타는 메디컬 테스트에서 스튜어트의 손목 부상을 발견했고, 계약금 200만 달러(약 26억 6000만원)를 제시했다. 당시 스튜어트는 '악마의 에이전트'로 불리는 스캇 보라스와 손을 잡고 있었는데, 보라스는 스튜어트의 입단 계약금으로 400만 달러(약 51억원)을 요구하면서 양측은 입장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이들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애틀란타 입단이 무산되면서 갈 곳을 잃게 된 스튜어트는 동 플로리다 주립 단기 대학에 입단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등장했다. 소프트뱅크는 스튜어트의 영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6년 700만 달러(약 89억원)의 계약을 제시했다.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계약 기간이 걸었던 만큼 스튜어트는 쉽사리 결정을 하지 못하던 중 소프트뱅크의 1~2군 시설을 시찰한 뒤 마음을 굳혀 일본행을 택했다.
아마추어 시절 198cm의 장신에서 내리꽂는 150km 중·후반의 빠른 볼이 매력적이었던 스튜어트는 많은 기대 속에 소프트뱅크 유니폼을 입었지만, 막상 프로 유니폼을 입은 후에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스튜어트는 일본 입성 첫 시즌 2군에서 15경기에 등판해 3승 7패 평균자책점 4.16으로 크게 부진했던 까닭이었다.
스튜어트는 입단 2년차에 2군에서 12경기에 등판해 6승 1패 평균자책점 1.84의 우수한 활약 속에 처음 1군 무대를 밟았으나 성적은 11경기(4선발)에서 2패 평균자책점 6.08로 크게 부진했고, 2022시즌에는 2군 3승 5패 1홀드 평균자책점 3.19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남기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던 중 스튜어트는 올해 다시 기회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1군 데뷔 16경기 만에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스튜어트는 지난 26일 1회부터 159km의 빠른 볼을 뿌리며 경기를 시작했으나,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하며 선취점을 헌납했다. 하지만 2회 두 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무실점을 기록하더니 3회에도 탄탄한 투구를 이어갔다. 스튜어트는 4회 볼넷, 5~6회 각각 1개씩의 안타를 내주며 단 한 번도 삼자범퇴 이닝을 이끌어내지 못했으나, 퍼시픽리그 1위 오릭스 타선을 묶어내고 6이닝을 1실점(비자책)으로 데뷔 첫 승의 기쁨을 맛봤다.
일본 '도쿄 스포츠'에 따르면 26일 스튜어트의 투구를 지켜보기 위해 메이저리그 5개 구단의 스카우트가 교세라돔을 찾았다. 일본에서 남긴 성과가 크지 않으나, 빅리그 스카우트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분명하다. 26일 최고 구속은 160km를 마크했을 정도로 재능이 확실하고, 최근에는 투구 내용 또한 눈에 띄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도쿄 스포츠'는 "스튜어트가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일본 입성 5년 만에 대망의 첫 승리를 장식했다. 최고 구속은 160km로 미국 신인드래프트 1라운더가 혁신적 프로젝트의 성취를 예감케 하는 급성장세를 선보이고 있다"며 "올 시즌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1.57"이라며 스튜어트의 활약을 짚었다.
이어 매체는 "소프트뱅크가 54년 만의 12연패에서 벗어난 뒤 연승이 중요한 경기에서 102구를 던졌는데, 메이저리그 5개 구단이 스튜어트를 시찰했다"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의 미야기 히로야와의 맞대결에서 당당히 승리했다. 스카우트진의 리포트 획득량은 충분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스튜어트는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일본 무대를 밟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2024시즌이 끝나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택할 수 있다. 스튜어트 또한 빅리그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꿈을 갖고 있다.
현역 시절 두 번의 사와무라상을 품은 사이토 카즈미 소프트뱅크 코치는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무리시키지 않고 소중하게 키워나가고 싶다. 일본에만 머물 재능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일본에서 활약의 미진하지만, 메이저리그로 돌아가더라도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일본에서는 매년 수많은 메이저리거들이 탄생하고 있다. 올 시즌에만 센가 코다이(뉴욕 메츠)와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 후지나미 신타로(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빅리그 무대를 밟고 연착륙에 성공했다. 2023시즌이 끝나면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스)와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등 또 빅리거가 탄생할 전망. 그리고 2024시즌 후에는 일본인은 아니지만, 미국 프로 무대의 경험이 전무한 '일본 출신'의 선수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 모습이 나올 수도 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 카터 스튜어트, 일본프로야구 첫 승을 수확한 뒤 후지모토 히로시 감독, 포수 카이 타쿠야와 기뻐하고 있는 카터 스튜어트. 사진 = 소프트뱅크 호크스 SNS 캡처]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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