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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홈런 타구가 떨어진 자리도 기억하고 있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트레버 바우어는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의 반테린돔에서 열린 2023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투구수 114구, 7피안타 6탈삼진 1볼넷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하며 시즌 7승째를 손에 넣었다.
바우어는 지난 2011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선택을 받았다. 2012시즌 빅리그 무대를 밟은 바우어는 2013시즌에 앞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現 가디언스)로 트레이드됐고, 2020시즌에는 신시내티 레즈에서 11경기(2완투)에 등판해 5승 4패 평균자책점 1.73으로 활약하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2015시즌부터 '에이스'로 발돋움한 바우어는 사이영상을 수상한 뒤 얻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LA 다저스와 3년 1억 2000만 달러(약 1356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으며 '잭팟'을 터뜨렸다. 하지만 2021시즌 이후 바우어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는 완전히 단절된 상황이다. 성폭행 의혹에 휩싸인 나머지 다저스에서 방출됐고, 다른 29개 구단도 바우어에게 손을 내밀지 않은 까닭이다.
갈 곳을 잃은 바우어는 어쩔 수 없이 아시아 무대로 눈을 돌리게 됐고, 올 시즌에 앞서 요코하마 DeNA와 손을 잡았다. 바우어는 일본 데뷔 첫 등판에서 승리를 손에 넣으며, 오랜 공백기가 무색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두 번의 등판에서 연속 7실점으로 부진하면서 2군 강등의 수모를 겪었으나, 6월 4번의 등판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73으로 활약하며 센트럴리그 월간 MVP를 손에 넣는 등 좋은 기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증거 불충분'으로 성폭행 혐의는 무죄가 됐지만, 냉정하게 바우어가 일본으로 향하게 된 것은 설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우어가 일본을 차기 행선지로 결정한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거 시절에도 자신의 SNS 계정에 일본어로 표기된 자신의 이름을 적어놓는 등 수차례 관심을 드러냈는데, 대학교 시절 일본에서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일본 '석간후지'는 "바우어가 일본에서 뛰는 것을 결단한 이유 중 하나로서 2009년 미·일 대학 야구에서 일본을 방문했을 때 홈런을 맞아 높은 수준을 실감했다. 이른바 일본 야구사를 바꿀 한 방을 날린 타자는 이미 유니폼을 벗고 있는데, 그때 투수가 바우어였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놀란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석간 후지'에 따르면 바우어는 2009년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시절 바우어는 미국 대학 대표팀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당시 미국 대표팀은 총 5경기를 치렀는데, 2009년 7워 15일 야마가타현 츠루오카시에서 열린 경기에 바우어가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바우어는 4회 2사 2루의 위기 상황에서 투런홈런을 맞는 등 4이닝 동안 5실점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2009년 바우어를 상대로 강판을 이끌어내는 홈런을 쏘아올렸던 인물은 호세이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카메가이 신고. '석간 후지'에 따르면 바우어는 "2점 홈런의 타구가 떨어진 자리도 기억하고 있다"고 말을 할 정도로 기억이 생생한 반면, 카메가이는 최근까지도 홈런을 때려냈던 상대가 바우어인 줄 몰랐다.
매체에 따르면 카메가이는 "몰랐었다. 듣고 놀랐다"며 "바우어와 맞붙은 걸 기억하지 못한 것은 매우 미안하다. 하지만 일본 대표팀에는 실적과 실력을 겸비한 선수가 많기 때문에 당시에는 제 몫을 하기 위해서 필사적이었다. 상대 투수까지 신경 쓰지 못했다"며 "저렇게 대단한 선수가 일본에 온다는 것을 듣고 매우 놀랐는데, 나와 접점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카메가이는 일본 대학 대표팀에 승선했었으나,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대학교 졸업 이후에는 사회인야구 도요타 자동차에서 뛰었고, 2015년 현역에서 은퇴했다. 그리고 지금은 도요타 자동차의 스포츠 강화·지역 공헌부 기업 스포츠실에서 강화·교육 그룹 주임을 맡고 있다. 그는 "바우어의 기억에 남아 있어서 굉장히 영광"이라고 전했다.
바우어는 당시 미국 대표팀으로 일본에서 치른 경기가 인상에 강하게 남았고, 미국에서 입지가 좁아지자 큰 고민 없이 일본행을 택하게 됐다. '석간 후지'는 "바우어에게 일본으로 온 이유를 묻자 'UCLA 1학년 때 일본 각지를 돌아다니며 받은 충격을 꼽았다"며 "미일 대학야구에서 도쿄돔에 많은 관중이 몰린 것, 자신이 홈런을 맞으면서 일본의 야구 열기와 높은 수준에 놀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체는"바우어가 관중이 많은 것에 감명을 받은 도쿄돔에서 2차전은 월요일의 야간 경기지만 1만 2000명이 찾았다. 당시 도쿄 6대학의 스타였던 '손수건 왕자' 사이토 유키(前 니혼햄)는 대학교 시절부터 팬이 많았고, 그 열풍이 바우어의 일본 이적에 한몫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14년 전 미국 대표팀으로 일본을 방문했던 바우어는 '사이영상'을 품에 안으며 한차례 최정상을 찍었고, 올해는 13경기(2완투)에 등판해 7승 3패 평균자책점 3.29를 마크, 센트럴리그 올스타로 선정, 다승 공동 4위, 탈삼진 공동 3위에 오르는 등 1년 이상의 공백기를 극복하고 일본프로야구 무대의 적응을 마쳤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트레버 바우어. 사진 =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SNS 캡처]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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