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끝났다느니 이런 말이…”
NC 주장 손아섭(35)은 3000타석 이상 소화한 역대 KBO리그 타자 중 타율 4위(0.321)를 자랑한다. 그런 손아섭에게 NC와 FA 4년 64억원 계약의 첫 시즌은 충격이었다. 138경기서 타율 0.277 4홈런 48타점 72득점 OPS 0.714.
나쁜 수치는 아니었지만, 주인공이 손아섭이라면 부진했다고 봐야 한다. 올 시즌 준비를 예년과 똑같이 하면 안 된다고 느꼈다. 그렇게 지난 1월 미국 LA에서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강정호를 찾아가 1달간 특훈을 받았다.
그 결과 그동안 자신만의 타격에 빠져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한 자신을 발견했다고 2월 투손 스프링캠프서 털어놨다. 알게 모르게 타격이 많이 무너졌다고 고백했다. 라인드라이브 생산이 안 되고, 공략 가능한 코스가 줄어들었다고 털어놨다.
강정호와 함께 훈련하고 데이터를 뽑아보니, 발사각 약 20도 정도로 교정하면서, 공략 가능한 코스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손아섭은 지난 27일 창원 KIA전을 앞두고 “길을 알게 된 것이고, 내가 잘 찾아가야 한다. 방향성을 제시해준 것이었다. 걸어가는 건 내가 해야 한다”라고 했다.
솔직하게 털어놨다. 손아섭은 “초반에는 헤맸다”라고 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 오랫동안 부진하지 않았다. 올 시즌 손아섭은 타구의 질이 향상됐고, 공략 가능한 코스가 예년처럼 늘었다. 스윙 궤도와 발사각 교정 효과를 봤다.
그 결과 29일까지 타율 0.331로 리그 1위다. 29일 창원 KT전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면서 길레르모 에레디아(SSG, 0.331)의 추격을 허용하긴 했다. 그러나 타격 2~3위를 밥 먹듯 해온 손아섭에게 올 시즌은 타격왕 한을 풀 절호의 기회다.
손아섭은 “좋아지긴 했다. 죽어도 힘 없는 땅볼이 없다. 호수비로 죽었다. 맞는 면도 늘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타격왕은 생각도 안 하고 있으며, 절대 방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자신을 몰아친다.
손아섭은 “4할을 쳐도 불안한 생각이 들 것이다. 작년에 슬럼프를 겪어봤기 때문이다. 언제 다시(슬럼프에) 빠질지 모른다. 방심하면 절대 안 된다. 오늘 5안타를 친 건 오늘로 끝이다. 내일은 안타를 못 칠 수도 있다. 한 시즌 부진하니 ‘에이징 커브’가 왔니, ‘끝났다느니’ 이런 말이 있었다. 그런 말을 들으니 절대 고꾸라지면 안 된다 싶었다”라고 했다.
또 하나 주목할 건 지명타자의 삶에 완벽히 적응했다는 점이다. 보통 수비를 안 하면 괜히 어색해서 타격에도 악영향을 받는다고 여기는 타자가 많다. 그러나 손아섭은 예년에 비해 수비를 덜 하면서도 타격 생산력에 악영향을 덜 받는 방법을 터득했다.
동료들이 수비를 하는 시간을 구체적인 타격 복기의 시간으로 삼는다. 덕아웃 뒤에서 T바를 놓고 타이밍을 맞춰 보기도 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손아섭은 “어떻게 예전에 1년에 1200이닝씩 뛰었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수비에 나가서 ‘나도 참 대단하다’라고 칭찬했다. 시즌 중에 살이 빠지는 게 고민이었는데 수비를 덜 하니 덜 빠진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지명타자에 적응하면서 지낸다”라고 했다.
[손아섭. 사진 = NC 다이노스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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