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2000명이 받은 소박하지만 큰 기쁨. 이건 감동이다.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15~16시 정도에 기자가 확인한 외부의 온도는 무려 35도였다. 돔구장 특성상 외부 날씨를 전혀 알 수 없다. 그때 까지만 해도 경기 종료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이날 경기는 삼성의 10-6 승리로 끝났다. 14시에 시작한 경기는 18시가 훌쩍 넘어 종료됐다. 그런데 마침 서울 서남권에 호우경보가 발효됐다. 기자의 휴대폰으로도 정부, 서울시, 구로구 등 각종 안전재난문자가 쇄도했다. 날씨를 전혀 알 수 없었는데, 잠시 외부로 연결된 공간에 나가 보니 장대비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졌다.
대다수 팬은 우산을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 돔구장 특성상 외부 날씨를 확인하기도 어렵고,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경기가 진행되는 곳이기 때문에 우산을 준비해온 팬은 거의 찾아보지 못했다. 지리적 특성상 자차를 갖고 오더라도 외부 주차장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다수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한 마디로 팬들의 발이 묶였다. 그러자 키움은 구장을 곧바로 폐쇄하지 않고 팬들에게 현장에 머무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장우산 2000개를 준비해 현장을 빠져나가지 못한 관중에게 배부했다. 이벤트 용으로 제작해둔 장우산이라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그러자 팬들은 자주색 우산을 펼쳐 하나, 둘 현장을 빠져나갔다. 비록 키움이 패배했으나 팬들은 구단의 배려에 감사한 마음을 안고 귀가했다. 아무래도 좋지 않은 성적, 주전 줄부상의 화룡점정을 찍은 이정후의 시즌 아웃, 최원태의 트레이드까지. 키움 팬들의 마음이 최근 상한 흔적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그렇다고 팬들을 향한 구단의 마음이 변한 건 아니다. 몇몇 팬은 구단이 제공한 우산을 쓰고 현장을 빠져나가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빼먹지 않았다. 구단은 “앞으로도 관중에게 안전과 편의를 제공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소소했지만, 큰 이벤트다. 이건 팬들에겐 감동이었다.
[키움의 작은 배려. 사진 = 키움 히어로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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