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할 수 없는 범위까지도 내가 해줘야죠"
마산 용마고 장현석은 올해 KBO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는 선수들 가운데 가장 뜨거운 관심을 갖고 있다. 150km 중반을 넘나드는 빠른 볼을 뿌리는 재능은 물론, 직구의 컨트롤이 되지 않을 때는 수준급의 변화구를 통해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이 특별한 재능을 주목 중이다.
'탈고교급'의 실력을 바탕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 승선한 장현석 현재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바로 거취 문제다. 장현석이 KBO리그에 잔류하게 된다면 전체 1순위 지명을 통해 한화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는 것은 확정적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장현석을 탐내고 있는 상황.
장현석은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일정이 끝난 뒤 거취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모양새. 하지만 장현석이 거취를 발표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2024 KBO 신인드래프트 참가 신청이 8월 15일이면 모두 마감되는 까닭이다. 장현석이 장래에 대한 중대한 선택을 앞둔 가운데 '호부지' 이호준 LG 트윈스 코치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미 잘 알려진데로 이호준 코치와 장현석의 '인연'은 '교통사고'에서 시작됐다. 이호준 코치가 NC 다이노스에서 현역으로 뛰던 시절 차를 후진하던 과정에서 장현석의 발을 밟는 사고가 발생했다. 어린 나이에 단 한 번도 울지 않고, 프로 선수들 앞에서도 당돌한 모습이 이뻐 보였을까. 야구를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권유가 지금의 '특급유망주'를 탄생하게 만든 배경이 됐다.
이호준 코치는 "후진 주차를 하는데 (장현석이) 너무 앞으로 들어와서 바퀴에 발이 걸렸다. 너무 놀라서 병원으로 데려간 뒤 트레이너실로 데려와서 치료를 부탁했다. 당시 트레이너실에 선수들이 많았는데 어린 나이에 아프면 울 수도 있고, 긴장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장)현석이는 굉장히 당돌하고, 눈빛이 살아 있었다. 그래서 막연하게 '야구 한 번 해봐라. 운동하면 잘할 것 같다'고 말을 했었다"고 2014년의 추억을 떠올렸다.
장현석과 이호준 코치의 인연이 알려지게 된 것은 장현석의 인터뷰였다. 이호준 코치는 "현석이가 2학년 때 야구를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한 인터뷰를 했더라. 당시 '이호준 코치님이 언젠가는 한 번 보러 오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해서 작년 겨울에 한 번 갔는데,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겨서 깜짝 놀랐다. 너무 멋있게 잘 컸더라"고 아빠 미소를 지었다.
장현석과의 만남을 가진 뒤 꾸준히 그의 소식을 체크했던 이호준 코치다. 그는 "우리도 경기를 하느라 다 챙겨 보지는 못했다"고 말 문을 열었으나 "'구속이 몇 키로가 나왔다', '잘 던졌다', '세리머니를 어떻게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LG) 투수 코치에게 투구폼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폼도 좋다고 하더라. '내 아이들도 잘 못 챙기는데, 무언가 보였나 보다'라는 생각도 든다. 잘 커줘서 너무 고맙다"고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장현석은 아마추어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했다. 대표팀에 발탁된 직후에는 이호준 코치에게 연락도 했던 장현석. 이호준 코치는 "현석이가 '열심히 준비해서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하더라"며 "현석이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재능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주목을 받는 것이다. 근력과 힘만 붙으면 더 빠른 볼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이호준 코치도 장현석이 KBO리그에 잔류할지, 메이저리그로 떠날지 매우 궁금한 눈치였다. 그는 "한 번 정도 거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 적은 있다. 당시 현석이의 대답이 "저는 우선 한국 고교야구에서 1등을 먼저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하더라"며 "현석이가 스마트하고 계획과 센스도 있는 선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미국을 가느냐 한국에 남느냐에 대한 고민을 엄청나게 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장현석에 대한 응원은 진심이었다. 이호준 코치는 "잘 커준 것도 고마운데 대한민국 아마추어 최고라는 소리를 들면서 야구를 하고 있는데,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내가 한 번씩 정리를 해줘야 할 것 같다"며 "마음 같아서는 우리 LG로 왔으면 좋겠지만, 마음속으로만 응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든 도움을 요청하면 할 수 없는 범위까지도 해줄 것"이라고 껄껄 웃었다.
끝으로 이호준 코치는 장현석을 향해 "이제 고등학교 생활이 마무리돼 가는데, 네가 생각했던 대로 잘 마무리 잘 하고, 아마추어 선수로 딱 한 명, 나라를 대표하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혔는데, 금메달을 따는데 멋있게 일조했으면 좋겠다"며 "미국으로 가면 스테이크 먹으로 미국으로 가고, 한국에 남으면 한식이라도 한 번 얻어먹어야겠다. 나중에는 내가 사인볼을 요청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KBO리그 입성과 메이저리그 진출의 기로에 서 있는 장현석이 결정을 내릴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장현석이 어디서 야구를 하던 이호준 코치의 진심 가득한 응원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용마고 장현석, 이호준 LG 트윈츠 코치.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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