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떠나고 싶지 않았다"
올해도 트레이드 마감을 앞두고 메이저리그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당초 LA 에인절스와 오타니 쇼헤이의 동행 여부가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면, 에인절스가 입장을 번복하면서 모든 시선은 뉴욕 메츠로 향했다. 올 시즌에 앞서 7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도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사라진 메츠가 '셀러(Seller)'로 돌아선 까닭이다.
'큰 손'의 면모를 뽐내며 거침없이 선수들을 쓸어 담던 메츠는 선수들을 떠나보낼 때도 과감했다. 메츠는 '마무리' 데이비드 로버트슨과 가장 먼저 결별하며 스타트를 끊더니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4333만 달러(약 561억원) 듀오' 맥스 슈어저-저스틴 벌랜더와 동행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심지어 사이영상 레전드들을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메츠는 '연봉 보조'를 위한 돈까지 얹었다.
메츠는 맥스 슈어저를 텍사스 레인저스로 보낼 때 올해 잔여 연봉과 2024시즌 급여의 일부분인 3500만 달러(약 453억원)를 지급했다. 그리고 벌랜더를 '친정'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트레이드하는 과정에서는 올해와 내년 연봉의 일부 3500만 달러는 물론, 2024시즌 140이닝을 소화했을 때 자동으로 실행되는 2025시즌 옵션의 절반에 해당되는 1750만 달러(약 226억원)까지 곁들였다. 최고의 투수들과 결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8750만 달러(약 1134억원)을 떠안은 것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성이 사라진 상황이지만, 메츠가 갑작스럽게 '판매자'로 돌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텍사스로 이적한 뒤 기자회견을 가진 '210승' 슈어저의 멘트에서 알 수 있었다. 미국 현지 복수 언론에 따르면 슈어저는 지난달 29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이 끝난 뒤 현지 기자들에게 '빌리 에플러 단장과 팀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할 기회를 갖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슈어저가 받은 연락 때문이었다.
메이저리그 복수의 구단은 슈어저에게 "우리 팀이 트레이드 제의를 하고 있는데, 트레이드 거부권 조항을 파기할 생각이 있느냐"고 연락을 취했다. 이에 슈어저는 에플러 단장과 대화에서 "올 시즌을 포기하고, 2024시즌을 위해 팀을 다시 꾸리느냐"는 질문을 건넸다. 그런데 에플러 단장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아니다"였다. 에플러 단장은 "지금 우리가 노리는 것은 2025-2026년이다. 2025시즌은 가장 빠른 경우이고, 2026년 우승을 위해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슈어저는 "그렇다면 이번 오프 시즌에는 FA(자유계약선수) 선수를 영입하지 않을 것이고, 2024년 월드시리즈를 노리는 팀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에플러 단장은 "FA 시장에서는 상위 레벨의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움직이지는 않는다. 2024년을 위한 FA 계약은 작은 것뿐이다. 2024년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슈어저는 스티브 코헨 구단주를 만나 대화를 나눴지만, 에플러 단장에게 들었던 이야기만 고스란히 돌아왔다. 슈어저는 "메츠가 2024년 우승을 노린다면, 떠나고 싶지 않았다. 집도 샀고, 뉴욕이 마음에 들었다. 3년 계약을 맺었고, 내년에 우승을 노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메츠는 새로운 비전을 갖고 있었고, 나는 트레이드 금지 조항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슈어저가 텍사스로 트레이드가 된 후 '간판타자' 피트 알론소를 비롯해 메츠 선수들은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벌랜더도 영향을 받았다. 벌랜더는 슈어저의 이탈 이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메츠가 2024년 우승을 노리지 않는다면, 트레이드 거부권을 포기하고 언제든 팀을 옮길 수 있다는 뜻을 밝혔고, 트레이드 마감 직전 '친정' 휴스턴으로 돌아갔다.
슈어저의 인터뷰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 크다. 메츠는 '억만장자 구단주' 스티브 코헨의 자금력을 앞세워 메이저리그 페이롤의 새역사를 썼던 팀이자 2022-2023년 스토브리그에서 7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감행했던 구단.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손에 넣는 오타니의 영입전에도 뛰어들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으로 손꼽혔다. 직접적으로 오타니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적은 없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자금력은 언제나 오타니의 예상 행선지로 손꼽혔다.
하지만 메츠가 2024시즌 우승을 노리는 것을 포기하고, 2026년을 목표로 잡고 있는 상황에서 오타니의 영입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오타니는 올해 아메리칸리그 MVP는 물론 홈런왕 타이틀까지 손에 넣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예상 몸값으로는 4억 달러(약 5190억원)를 넘어 5억 달러(약 6487억원)로 전망되는 상황. 메츠가 오타니 영입전에 불참하게 된다면 경쟁이 줄어듦에 따라 오타니의 몸값에도 영향이 생길 수 있다.
[뉴욕 메츠 시절의 맥스 슈어저와 저스틴 벌랜더,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