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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박승환 기자] "사과를 하고 싶다. 그리고 이재영은 무관하다"
이다영은 지난 2021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 몸담던 시절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였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한 인물은 온라인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중학교 시절 "현역으로 뛰고 있는 여자 배구 선수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던 것. 당시 이다영과 이재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 사실을 밝힌 이다영은 "이들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총 4명이다. 10년이 지난 일이라 잊고 살까 생각도 해봤지만 자신을 돌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 내서 글을 쓴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가해자들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폭력 의혹이 터진 후 이다영, 이재영 자매는 SNS를 통해 자필 사과문을 공개하며 학교폭력 사실을 시인했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자필 사과문을 삭제했고, 오히려 폭로의 일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흥국생명은 이재영과 이다영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국내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쌍둥이 자매는 도망치듯 그리스 PAOK 테살로니키와 계약을 맺으며 해외 리그로 떠나버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던 이다영이 5일 프랑스 출국을 앞두고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다영은 학교폭력 사실을 시인,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뜻과 함께 이재영은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리그 볼레로 르 카네 입단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재영은 "나를 많이 사랑해 주시고, 아껴주셨던 팬분들, 배구 팬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우선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잘못된 부분은 자로 잡고 싶은 생각에 이 자리에 나왔다"며 "이재영은 관련이 없는 부분도 많고, 그 당시에 자리에 같이 있지도 않았다. 나로 인해 이재영이 피해를 많이 입었는데, 더 이상 피해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쌍둥이라는 이유로 똑같이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 문을 열었다.
이다영이 말한 "오해"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인데, 쌍둥이라는 이유로 이재영까지 지금 배구를 못하게 됐다. 그 부분을 바로잡고 싶다"며 "당시 자리에 (이)재영이가 없었다. 재영이는 학교폭력 일과는 관련이 없다. 더 이상 재영이가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란다. 중학교 2학년 때 그 친구들과 함께 잘 지냈었는데, 한 번의 다툼으로 서로 욕도 하고 몸 다툼을 하면서 감정이 격해지면서 일어났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재영은 이다영이 학교폭력을 저질렀을 당시 자리에 없었던 것. 그렇다면 왜 지금 이 시점에 이재영이 무관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일까. 이다영은 "당시 모든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흥국생명 소속이다 보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이야기 하고 싶었던 부분은 많았지만, 할 수 없는 부분이 더 컸다"고 말했다.
이다영은 아직 피해자들과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친구들과 어떻게든 만나서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은데, 만남을 피하고 있고 연락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 친구들은 오히려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한다더라. 변호사에게 한 명당 1억원씩을 요구하고 있다"며 "당시 흥국생명 단장님과 구단 변호사가 SNS를 하지 말라고 해서 사과문도 내리게 됐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과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이다영은 여전히 피해자들과 만남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다는 입장. 그는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친구들에게 가서 진심 어린 사과와 용서를 구하고 싶다. 내가 잘못했던 부분은 인정을 한다. 아닌 부분에 대해서 바로 잡고 싶어서 인터뷰도 하고, 소송도 했었지만, 그 친구들이 많이 힘들었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사과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다영, 이재영 자매의 학교폭력 사실이 드러났을 당시 흥국생명과 대한배구협회(KVA)는 이들에게 징계를 가했다. 하지만 한국배구연맹(KOVO)는 이들에게 어떠한 징계도 부과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재영의 경우 조건만 맞춰진다면, V-리그로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다영은 자신이 저지른 일로 쌍둥이 자매 이재영까지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해명의 시간을 갖고자 인터뷰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학교폭력 사건이 터진 이후 흥국생명을 떠나 그리스 PAOK 테살로니키 유니폼을 입었던 이다영은 루마니아 라피드 부쿠레슈티를 거쳐 최근 프랑스 볼레로 르 카네로 이적하게 됐다. 이다영은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프랑스로 출국, 본격 차기 시즌을 준비할 계획이다.
[새 소속팀 르 카네 볼레로로 이적한 배구선수 이다영이 소속팀 합류를 위해서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프랑스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 인천공항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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