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구속 욕심을 버린 것 같아요.”
5일 광주 KIA-한화전을 중계한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한승혁(30)이 이젠 구속 욕심을 완전히 버린 것 같다고 했다. 실제 한승혁은 KIA 시절 막판부터 구속보다 정확성, 타이밍, 경기운영능력으로 승부를 보기로 다짐했다.
변우혁과의 트레이드로 갈아입은 한화 유니폼. 한화는 한승혁을 불펜투수로 변신시켜 30세에 포텐셜을 터트리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야구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올해 두꺼워진 한화 필승계투조에 자리잡지 못하면서 다시 선발투수 준비를 했다.
6월 말부터 선발투수로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한 번도 4이닝의 벽을 못 넘는다. 6월17일 키움전의 경우 시즌 첫 선발 등판이라 투구수 빌드업이 덜 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3이닝만 던졌어도 3피안타 1볼넷에 1실점으로 잘 던졌다. 6월22일에는 친정 KIA를 상대로 4이닝 1피안타 4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또 잘 던졌다.
그러나 6월28일 KT전서 3이닝 8피안타 2탈삼진 4실점으로 흔들렸다. 이후 한달만인 7월25일에 키움을 상대로 2이닝 4피안타 2탈삼진 3사사구 3실점에 그쳤다. 7월30일 SSG를 상대로 4이닝 3피안타 4탈삼진 2볼넷 1실점으로 괜찮았으나 5일 광주 KIA전서 3이닝 6피안타 3탈삼진 4볼넷 4실점으로 또 부진했다.
올 시즌 20경기서 승리 없이 2패1홀드 평균자책점 5.77. 그러나 어떻게 보면 엄청나게 부진한 경기도 없었다. 이닝만 좀 더 소화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실제 김태형 해설위원도 “점수를 줬지만 안정감은 있다”라고 했다.
1회 빅이닝을 내주며 크게 흔들렸다. 컨디션이 좋은 KIA 타선에 패스트볼 위주의 투구가 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2회와 3회를 잘 막았다. 피치 디자인이 바뀌었다. 2회에는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 승부가 돋보였고, 3회에는 볼넷 2개를 내줬으나 커브로 타이밍을 뺏으며 끝내 실점하지 않았다. 단, 4회에도 비슷한 패턴으로 가다 무사 1,2루 위기를 만든 게 옥에 티였다.
이제 한화 선발진은 장민재가 빠지면서 김서현이 합류한다. 한승혁은 당분간 기회를 더 잡는다. 최원호 감독은 한승혁이 단순히 구속 욕심을 버린 것에 만족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선발투수다운 선발투수로 거듭나기 위해 경기운영애 좀 더 눈을 떠야 한다고 했다.
최원호 감독은 5일 경기를 앞두고 “승혁이가 여리면서 고집 센 스타일이다. 분명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공이 많다. KIA시절부터 제구력이 항상 문제였는데 제구력은 많이 좋아졌다”라고 했다. 그러나 “볼배합을 잘 못한다”라고 했다.
커브로 확실하게 오프 스피드 투구를 하길 바랐다. 이날 2회처럼. 최 감독은 “직구, 포크, 슬라이더인데 궤적이 비슷해 좋은 공을 갖고 있어도 맞는다. 커브가 생각보다 괜찮은데 활용도가 엄청 낮다. 평균 140km 후반이 나오는데, 커브 활용도를 높이면 경쟁력 있는 투구가 가능하다. 서른이 넘었으니 운영에 눈을 뜰 때가 됐다”라고 했다.
경기운영 향상은 단순히 변화무쌍한 피치 디자인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최 감독은 “타자들의 반응도 봐야 한다. 내 무기를 어떻게 섞어서 어느 쪽으로 던지면 괜찮을지. 그걸 생각해야 한다. 제구는 많이 좋아졌고 투심도 괜찮은데 잘 섞지 못한다”라고 했다.
제법 선발투수의 모습이 나오는데 항상 조금 부족하다. 이 단계를 뛰어넘어야 풀타임 선발투수가 될 수 있고, 가치를 올릴 수 있다. 더 이상 유망주라고 하기엔 적은 나이도 아니다. 한승혁이 자신의 애버리지를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우선 기분전환 차원에서 0승을 탈출하는 게 시급하다.
[한승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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