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치바롯데 마린스 사사키 로키가 7개 구단 12명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앞에서 최악의 투구를 펼쳤다. 컨디션이 나빴던 것도 있었지만, 투수 교체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결과 패전까지 떠안았다.
사사키는 10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홋카이도 키타히로시마의 에스콘필드에서 열린 2024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투구수 123구, 8피안타(1피홈런) 5볼넷 4탈삼진 5실점(5자책)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지난 2022년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65km 강속구를 뿌리며 자신의 최고 구속을 경신하는 등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로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던 사사키는 지난해 15경기에 등판해 7승 4패 평균자책점 1.78의 성적을 거뒀다. 손가락 물집과 내복사근 파열 등으로 인해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 못했지만, 충분히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일본의 경우 소속 구단의 허락만 떨어진다면, 프로 입단 1년차 때부터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데,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이후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사사키가 2023시즌이 종료된 후 빅리그 진출 의사를 드러냈다. 치바롯데 입장에서는 단 한 번도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 못한 사사키의 도전을 쉽게 허락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사사키와 치바롯데가 갈등을 겪었다.
사사키는 스프링캠프 일정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2024시즌 연봉 협상을 매듭짓지 못했었지만,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으면서 정상적으로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사사키가 '국제 아마추어 계약'이 아닌,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올해 부상없이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다면, 치바롯데가 사사키의 도전을 허락할 수도 있다는 시선이 있다. 이에 사사키가 등판할 때면 매번 빅리그 스카우트들이 구장을 찾고 있다.
지난해 연일 160km를 넘나드는 엄청난 공을 뿌렸던 사사키. 하지만 올해는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기 위함일까, 더이상 구속에만 의존하지 않는 모양새다. 올 시즌 최고 구속은 지난달 22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전의 161km. 직전 경기에서는 오릭스 버팔로스를 상대로 158km 밖에(?) 뿌리지 못했다. 대신 사사키는 완급 조절을 통해 매 경기 많은 이닝을 던지는 중. 시즌 첫 등판(5이닝)을 제외하면 4경기 연속 7이닝씩을 먹어치웠는데, 이날은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아 보였다.
지난달 30일 이후 무려 10일 만의 등판. 사사키는 1회 니혼햄의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내며 군더더기 없는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2회 시작부터 선두타자 아리엘 마르티네스에게 초구 156km 직구를 공략당해 선제 솔로홈런을 맞았다. 이후 사사키는 한차례 볼넷을 내줬으나,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은 후 3회 1, 3루 위기에서 군지 유야와 마르티네스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꾸역투를 이어나갔다.
가장 큰 위기도 힘겨웠지만 잘 넘겼다. 사사키는 4회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 타미야 유아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노무라 유키에게 안타를 맞는 등 2, 3루 위기를 맞았다. 이때 카미카와바타 다이고의 2루수 땅볼 때 홈을 파고드는 주자를 지워내며 한 숨을 돌렸는데, 미즈노 타츠키에게 볼넷을 헌납하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나 실점은 없었다. 사사키는 이어나온 호소카와 류헤이를 좌익수 뜬공으로 묶어내며 어렵게 위기를 막아냈다.
사사키는 5회에도 안타와 볼넷을 내주는 등 이날 세 번째 위기 상황에서 땅볼 두개를 유도해내며 꾸역꾸역 5회까지 1실점(1자책)을 기록, 타선의 도움 속에 승리 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문제는 6회였다. 투구수 101구에서 마운드에 오른 사사키는 선두타자를 3루수 땅볼로 요리했으나, 카미카와바타와 시미즈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뒤 마츠모토 고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이쯤되면 투수를 교체해야 할 타이밍. 하지만 치바롯데는 사사키를 밀어붙였고, 이는 최악의 판단으로 연결됐다.
사사키는 이어지는 2사 1루에서 군지에게 던진 123구째 157km 직구에 또다시 안타를 내주게 됐고, 결국 1, 3루의 위기에서야 마운드를 내려갔다. 치바롯데는 어떻게든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이와시타 다이키를 투입했으나, 첫 타자에게 볼넷을 헌납한 뒤 만루에서 타미야에게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맞으면서, 사사키의 책임 주자가 모두 홈을 파고들었다.
이날 에스콘필드에는 메이저리그 7개 구단의 스카우트 총 12명이 사사키의 등판을 보기 위해 방문했다. 하지만 사사키는 개인 최다 투구수인 123구를 뿌렸으나, 개인 최다 실점 타이와 한 경기 최다 볼넷을 기록하는 등 5⅔이닝 5실점(5자책)으로 최악의 투구를 남기게 됐다. 그리고 이날 경기 전까지 1.64였던 평균자책점은 무려 2.56까지 대폭 치솟은 것은 물론 시즌 두 번째 패배까지 기록하게 됐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에 따르면 요시이 마사토 감독 또한 사사키의 이례적인 난조에 "그렇게 고통받는 것은 처음 봤다"며 에스콘필드에서 첫 등판으로 인한 부진이냐는 질문에 "그건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고 답하며 사사키의 교체 타이밍이 늦었던 것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