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탈락' 안치홍을 위한 변명 [윤욱재의 체크스윙]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60명에서 37명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KBA)는 14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 회의실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기술위원회를 열고 2차 예비 엔트리에 들어갈 37명의 선수를 확정했다.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인원은 총 24명. 과연 어떤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지 관심을 모은다.

예비 엔트리를 확인하면서 눈을 의심케한 것은 바로 내야수 안치홍(KIA)의 부재였다.

안치홍의 기록을 보자. 타율 .341로 리그 전체 10위다. 타격 10걸에 포함된 선수 가운데 예비 엔트리에서 탈락한 선수는 안치홍이 유일하다. 출루율 .392, 장타율 .585를 기록 중인 안치홍은 OPS .977로 토종 2루수 가운데 으뜸이다. 타점 60개 역시 프로야구 2루수 중 가장 많고 13홈런 13도루를 기록한 유력한 20-20 클럽 가입 후보인 호타준족이기도 하다. 실책은 6개에 불과해 공수를 갖춘 2루수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경험이 부족하나. 그것도 아니다. 2009년 KIA 유니폼을 입은 안치홍은 신인 시절부터 다채로운 경험을 했다. 그해 올스타전 MVP를 차지한 안치홍은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한 홈런포를 쏘아올린 선수였다. 2010년 타율 .291, 2011년에는 타율 .315로 3할 타자로 성장하며 정확도를 갖춘 2루수로 거듭났다. 올해 벌써 6년차인 그는 개인통산 701경기에 출장한 경험이 있다.

또한 최근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다. 6월 타율 .397 7홈런 25타점 1도루로 상승세를 탄 안치홍은 7월에도 타율 .357 3홈런 10타점 2도루로 그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어느 타순에서도 제 역할을 펼치는 선수를 찾기는 어렵다. 안치홍은 테이블세터에 포진하면 정확도와 기동력을 살릴 줄 알고 중심타선에서는 장타력을 선보일 줄 아는 타자다.

지금까지 열거한 것만 봐도 안치홍이 실력이 부족해서 탈락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렇다면 왜 안치홍은 예비 엔트리에서 조차 탈락하는 비운을 맞았을까.

공수주 3박자를 모두 갖춘 서건창(넥센)은 '안타 제조기'로서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오재원(두산)은 주 포지션은 2루수이지만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 가치가 있다. 여기에 정근우(한화)까지 포함시켜 안치홍의 자리는 없었다.

정근우는 개인 성적만 봐서는 안치홍보다 우위라 할 수 없지만 그간 국가대표로 쌓은 경험은 물론 선수단을 이끌 리더십을 겸비해 선택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이다보니 우승에 대한 부담이 적지는 않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실패를 극복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팀 분위기를 다질 베테랑 선수를 원할 수 있다. 1차 엔트리에 포함됐던 한 베테랑 선수는 "내 성적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팀에 리더가 필요해서 뽑은 것 같다"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가 있다고 한들 안치홍의 탈락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2차 엔트리 진입을 하지 못한 것이 완전한 탈락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치홍이 과연 전체 37명, 내야수 10명, 2루수 3명 안에도 들어가지 못할 선수인지는 다시 생각해도 의문이다.

[안치홍.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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