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합의판정제, 그 '존재의 이유'에 대하여 [윤욱재의 체크스윙]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프로야구는 후반기 들어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바로 심판 합의판정제도를 도입한 것이 그것이다.

합의판정 대상은 총 5가지. 홈런·파울에 대한 판정, 외야타구의 페어·파울, 포스·태그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야수(파울팁 포함)의 포구, 몸에 맞는 공 판정이다. 심판진에 합의판정을 요청할 때는 반드시 감독이 해야 한다. 합의판정을 신청하면 TV 중계화면의 리플레이를 보고 판정을 다시 가릴 수 있다.

벌써부터 그 파급효과가 뜨겁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최근 사례를 보면 지난 6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한화-삼성전은 합의판정이 경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 2-2 동점이던 연장 11회말 한화 공격. 한화는 1사 1루서 이창열에게 번트 사인을 냈다. 주자를 득점권에 놔두는 것이 우선이라 본 것이다. 그러나 이창열의 번트 타구는 투수 권혁의 정면으로 가고 말았다. 권혁은 2루에 던져 1루주자를 포스아웃시켰고 공은 1루로 건너가 아웃 판정이 내려졌다. 이대로면 이닝이 끝나야 했다.

이때 김응용 한화 감독이 합의판정을 요청했고 비디오 판독을 한 결과, 타자주자 이창열이 세이프 판정을 받아 3아웃이 아닌 2사 1루로 상황이 바뀌었다. 이어진 것은 정근우의 중월 투런포. 합의판정제가 없었다면 극적인 끝내기 홈런 역시 없었다.

합의판정이 받아들여질 당시 삼성 벤치에서도 강력하게 항의를 했었다. 규정대로라면 10초 안에 합의판정을 신청해야 하는데 이 시간이 이미 소요된 뒤에 이뤄졌다고 주장한 것이다.

먼저 그 규정을 살펴보면 심판이 판정을 내린 후 30초 이내에 판정을 내린 심판에게 합의판정을 신청해야 하고 경기가 종료되는 아웃카운트와 이닝의 3번째 아웃카운트는 판정 후 10초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사실 '10초룰'은 너무 촉박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물론 경기가 지연되는 것을 막고 신속한 진행을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합의판정제를 도입한 그 이유를 생각하면 무엇을 위한 '10초룰'인지 물음표를 낳는다.

합의판정을 실시하는 이유는 결국 정확한 판정을 하기 위해서다. 심판도 사람이라 실수할 수 있고 육안으로 판단하기 힘들 때가 있다. 따라서 심판의 판정이 잘못됐다고 판단이 되면 감독이 합의판정을 요청할 수 있고 심판진은 영상 기술의 힘을 빌려 다시 한번 정확한 판정을 내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 얼마나 좋은 취지의 제도인가.

그러나 덕아웃 내 전자기기는 반입이 금지돼 벤치에서는 순간적으로 판단을 해야 하고 그것이 이닝이나 경기가 종료되는 아웃카운트일 경우엔 10초 안에 합의판정을 요청해야 하니 마치 '순발력 테스트'를 하는 듯 하다. 한 감독이 "심판들은 편해졌지만 우리는 힘들어졌다"라고 말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마치 승률을 계산하듯이 감독마다 번복 성공률을 가리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합의판정은 성공과 실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미 이 제도를 도입한 것만으로도 한국프로야구는 한 걸음 전진한 것이다. 합의판정제가 존재하는 그 이유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 좋은 취지의 제도인 만큼 그것을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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