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님·단장님, 해외연수 잘 다녀오세요[김진성의 야농벗기기]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해외연수의 계절이다.

KBL과 WKBL은 비 시즌이다. 차기 시즌 준비에 빠질 수 없는 매뉴얼이 총재와 각 구단 단장들의 해외연수다. KBL 김영기 총재와 오리온을 제외한 9개 구단 단장은 9일 밤 비행기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갔다. 귀국일은 15일이다.

WKBL 신선우 총재와 6개 구단 단장들도 곧 해외연수를 떠난다. WKBL 관계자에 따르면 구체적인 계획은 잡히지 않았지만,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올 여름 해외연수를 떠나는 건 확실하다. 심지어 첼시 리 사태로 난리가 났던 작년에도 6월 25일부터 7월1일까지 미국 일대를 다녀왔다.

KBL, WKBL 총재와 단장들의 해외연수는 오래 전부터 실시했던 관행이다. 농구의 본 고장 미국을 1주일 내외 일정으로 다녀온 케이스가 대부분이었다. 주로 NBA, WNBA 경기를 관람하고, 현지 관계자들과 미팅을 하며 선진 시스템을 체득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비판도 많이 받아왔다. 무늬만 해외연수일 뿐, 외유성 연수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역대 KBL, WKBL 총재-단장 해외연수를 통해 한국농구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플랜이 만들어졌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해외연수에서 굵직굵직한 사안들의 아웃라인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사회, 총회라는 공식적인 타이틀이 붙는 만남이 아니다. 구단들과 총재들은 편안하게 만남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해득실에 의한 위험한 결정도 종종 내렸다.

몇몇 구단관계자는 "그래서 단장님에게 해외연수는 꼭 다녀오라고 한다. 해외연수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결정될지 모르는데 우리 단장님만 빠지면 나중에 우리만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다"라고 털어놨다.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있다. 해외연수 비용을 KBL, WKBL이 모두 부담해왔기 때문이다. 총재, 단장들이 비즈니스석 타고, 고급 호텔에서 고급 요리를 먹으면서 다니는 해외연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KBL, WKBL 관계자들은 항상 예산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KBL, WKBL 총재들과 각 구단 단장은 사명감을 갖고 해외연수를 다녀와야 한다. NBA 선수들의 묘기를 보고 박수만 치는 연수라면 가지 않는 게 낫다. 비싼 돈 들여 미국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NBA 영상을 찾아볼 수 있는 시대다.

다행히 KBL은 변화도 보인다. 김영기 총재 부임 이후 사무국장-단장 연수를 번갈아 한다. 사무국장들은 지난해 일본 연수를 다녀왔다. 일부 구단들은 일본프로농구의 마케팅 아이디어, 노하우를 시즌 운영에 활용했다.

KBL 관계자는 "이번 연수에선 NBA 경기만 관람하는 게 아니다. NBA 구단관계자들과 미팅도 잡혀있다"라고 했다. 이어 "일정이 빡빡해서 관광을 많이 할 시간도 없다. 김영기 총재가 오신 뒤에는 연수 비용도 많이 절감했다"라고 했다.

근본적으로는 단장들보다 각 구단 프런트 실무자들의 해외연수 기회가 늘어나는 게 바람직하다. 어차피 단장들은 2~3년 머물다 모기업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KBL 관계자는 "사무국장 연수도 생겼고, 점차 실무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해외연수 자체를 가지 말라는 게 아니다. 예년에 비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분위기도 보인다. 이제는 해외연수를 다녀오면 뭔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한국농구 발전을 위한 플랜을 만들어올 때도 됐다.

총재, 단장들이 정말로 해외에서 친목도모를 하고 싶다면 한국농구 발전을 위해 마련된 KBL, WKBL 예산 대신 개개인의 자비를 모아서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다. KBL, WKBL 총재, 단장들이 해외연수를 정말 잘 다녀왔으면 좋겠다.

[김영기 총재(위), KBL 20주년 행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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