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단하겠다”고 했던 KBL, 달라진 건 없었다[최창환의 쓴맛단맛]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비매너 논란’ 아쉬움 남는 KBL 조치

불과 1년 전이었던 지난해 2월 16일, KBL이 발표한 재정위원회 내용을 두고 기자가 작성한 기사의 제목이었다. 그런데 1년 만에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KBL은 이번에도 납득하기 힘든 재정위원회 결과를 발표했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1년 전 상황은 이랬다. 김철욱(KGC인삼공사)이 임동섭(당시 삼성)에게 발을 거는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 일어났고, 윤호영(동부)은 리바운드를 하려는 순간 제임스 싱글톤(당시 SK)을 후위에서 강하게 밀었다. 김철욱과 윤호영은 각각 200만원, 5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 받았다.

자칫 선수가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KBL은 납득하기 힘든 유권해석을 내렸다. “김철욱의 경우는 신인인데다 연봉이 많지 않다는 것을 감안했다. 연맹 입장에서도 출전정지는 가급적 지양하고, 벌금을 내리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윤호영도 잘못된 행동이었지만, 논란이 된 상황 이전부터 두 선수 사이에 실랑이가 있었던 것을 참작했다.” 당시 이성훈 KBL 사무총장의 설명이었다.

약 1년 뒤, KBL은 비슷한 상황으로 인해 또 비난받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전주 KCC와 원주 DB의 맞대결에서 벌어진 일이다. 하승진(KCC)이 몸싸움 과정에서 한정원(DB)의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경기는 한정원의 파울, 하승진의 U파울이 선언된 후 재개됐다.

KBL은 KCC가 DB전에 이어 한 경기(4일 SK전) 더 치른 후인 지난 6일 해당사안에 대한 재정위원회를 실시했다. KBL은 7일 하승진에게 제재금 100만원을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언급한 김철욱, 윤호영의 사례처럼 하승진 역시 자칫 상대팀 선수에게 큰 부상을 입힐 수도 있는 행동을 했다. 팔꿈치에 맞은 한정원이 별다른 후유증을 겪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DB 관계자에 따르면, 하승진은 당시 2쿼터가 종료된 직후 직접 한정원에게 찾아가 사과를 건넸다. 비록 논란의 여지를 남겼지만, 하승진은 비교적 빨리 최선의 조치를 취한 셈이다.

다만, 이번에도 KBL의 결정은 솜방망이였다. 그럴 수밖에…. 1년 전 상대를 위협한 몸싸움에 대해 “신인이기 때문”, “이전부터 두 선수 사이에 실랑이가 있었다”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으니 또 다른 잣대를 꺼낼 수 없었을 터.

기자가 1년 전 언급한 애런 헤인즈 사례를 이번에도 안 꺼낼 수가 없다. 서울 SK에서 활약하던 헤인즈는 2013년 12월 14일 열린 전주 KCC와의 홈경기서 논란을 일으켰다. 속공을 시도하던 도중 무방비 상태에 있던 김민구(KCC)의 옆구리를 강하게 가격한 것. 김민구는 이 여파로 2경기에 결장했고, 베스트5로 선발된 올스타전도 뛰지 못했다.

당시 헤인즈는 KBL로부터 2경기 출전정지 및 벌금 500만원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SK는 당시 단장과 문경은 감독, 헤인즈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사죄했다. 더불어 SK는 헤인즈에게 3경기 출전정지라는 자체징계도 내렸다. 헤인즈와 김민구는 충돌에 앞서 사소한 신경전을 벌였지만, 이게 고의적인 충돌을 정당화시킬 순 없었다.

꼭 선수가 부상을 당해야만 징계의 수위가 높아지는 걸까. 임동섭, 싱글톤, 한정원은 다치지 않았지만 부상 발생 여부는 둘째 문제다. 위험한 몸싸움에 강한 제재를 내리는 것이 향후 일어날지 모를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예방책이 되지 않을까.

A팀 관계자는 “이번 충돌은 한정원이 정말 크게 다칠 뻔한 상황이었다. KBL의 조치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말했다.

B팀 관계자 역시 “재정위원회는 휴일이라고 열지 못하는 게 아니다. 긴급한 일이라면, 새벽이든 아침이든 열 수 있다. KBL 자체적으로는 이번 충돌이 그 정도 일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 현장에서 퇴장 당하지 않은데다 이후 1경기 더 출전한 선수에게 출전정지 징계를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KBL이 초기 대응을 잘못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1년 전, KBL은 김철욱과 윤호영에 대한 제재 내용을 발표하며 “경기장 내에서 발생하는 질서 위반행위 또는 스포츠 정신 위반 플레이에 대해서 현장에서는 물론 경기 후에도 철저한 비디오 분석을 통해 엄단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 다짐은 그저 성난 농구 팬들을 달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던 걸까. 1년이 지났지만, 부상 위험이 있는 충돌에 대한 KBL의 대처는 달라진 게 없다.

[하승진. 사진 =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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