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비 교체 밀러’ 전자랜드, 이번에는 염원 이룰까? [최창환의 쓴맛단맛]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A매치 휴식기를 맞이하기 전까지 전자랜드의 올 시즌은 ‘롤러코스터’로 정의 내릴 수 있다. 전자랜드는 비록 A매치 휴식기 전 마지막 경기에서 완패를 당했지만, 네이트 밀러 가세 후 대체로 향상된 경기력을 보여 후반기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인천 전자랜드는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27승 21패를 기록, 안양 KGC인삼공사와 공동 5위에 올라있다. 정규리그 종료까지 6경기를 남겨둔 상황서 플레이오프 매직넘버는 1. 6경기에서 모두 지고, 7위 서울 삼성이 남은 6경기서 전승을 따내지 않는 이상 전자랜드는 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된다.

전자랜드는 올 시즌에 쓴맛, 단맛을 모두 맛보며 정규리그를 치르고 있다. 시작은 내리막길이었다. 전자랜드는 강점이었던 수비가 무뎌져 시즌 첫 5경기에서 1승에 그쳤다.

그 사이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원주 DB는 개막 5연승을 내달려 묘한 대조를 이뤘다. DB 돌풍의 주역이 전자랜드가 2017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서 지나친 디온테 버튼이었기에 조롱에 가까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물론 버튼이 DB에서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전자랜드가 1순위로 버튼을 선발했다고 DB에서 뽐낸 파괴력을 똑같이 보여줬을 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선수 구성, 팀 컬러, 역할 등 종합적인 면에서 버튼이 제 기량을 펼치기에 최적화된 팀이 DB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속 쓰린 출발이었지만, 전자랜드 역시 빠르게 팀을 재편하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무늬만 NBA 리거였던 빅맨 아넷 몰트리 대신 브랜든 브라운을 영입한 전자랜드는 곧바로 7연승을 질주, 단숨에 9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193cm를 기준으로 외국선수가 장단신으로 나뉘는 현 규정상 193.9cm의 브라운은 어느 팀이든 영입하는 데에 위험부담이 따르는 외국선수였다. 다음은 전자랜드가 브라운을 영입한 직후 A팀 감독이 남긴 말이다.

“트라이아웃 때 르브라이언 내쉬라는 선수가 있었다. KBL에 오면 공격만큼은 제몫을 할 만한 기량이었다. 그런데 현지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인성, 사생활적인 면에서 평판이 굉장히 안 좋더라. 브라운도 비슷한 소문이 나돌아 선뜻 지명할 수 없는 선수였다. 단순히 신장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전자랜드가 일종의 모험을 건 게 아닐까 싶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윙스팬(220cm)으로 신장 열세를 최소화시킨 브라운은 뛰어난 골밑장악력과 속공 가담능력을 과시하며 전자랜드의 반격을 주도했다. 전자랜드는 7연승이 중단된 후에도 차곡차곡 승수를 쌓았고, 2라운드 막판에는 2위 자리까지 꿰찼다. 전자랜드는 그렇게 순항할 것 같았다.

▲ 다시 도깨비팀, 그리고 셀비 딜레마

하지만 전자랜드는 3라운드에 거짓말 같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5연패에 빠져 6위로 내려앉은 것. 4라운드 초반 4연승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듯했지만, 전자랜드는 이내 2연패-2연승-2연패를 반복하는 도깨비팀이 됐다. 동력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조쉬 셀비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도 이때쯤이었다. 팀의 경기력이 기복을 보인 것에 대한 책임을 특정선수만의 탓으로 돌릴 순 없겠지만, 전자랜드 내에서 셀비의 활용도가 극대화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시즌 초반에 비해 공격력의 기복은 줄었지만, 냉정히 말해 셀비는 과거 리그를 주름잡았던 스코어러들처럼 ‘잡으면 한 골’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진 못했다. 또한 강상재와 정효근의 체력이 저하돼 골밑수비에 대한 전자랜드의 한계도 분명해졌다. 무엇보다 리그 최정상급 포인트가드 박찬희의 장점이 극대화되지 않는 딜레마까지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전자랜드의 고민이 가중되던 시기에 셀비는 부상을 입었다. 1월 중순 발목부상을 입어 2~3주 공백이 불가피해진 것. 다양한 대체자원을 두고 고심하던 전자랜드는 2016-2017시즌 울산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에서 뛰었던 네이트 밀러를 일시대체 외국선수로 영입했다.

적어도 현재까지만 봤을 때 전자랜드의 선택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길어야 3주만 뛰다 돌아갈 것으로 보인 밀러였지만, 함께 5경기를 치른 시점서 밀러를 셀비의 시즌 대체 외국선수로 최종 결정한 것. 그만큼 전자랜드가 누린 ‘밀러 효과’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 ‘밀러 효과’, 숙원인 챔프전까지 이어질까?

전자랜드는 밀러와 함께한 9경기에서 6승 3패를 기록했다. 최근 3경기 가운데 2패를 당해 기세가 다소 꺾였지만, 밀러 영입 초반 2연승과 3연승을 각각 한 차례씩 기록하는 등 침체됐던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전적 이외의 기록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밀러가 합류하기 전 평균 83.3득점 81.9실점을 기록했던 전자랜드는 밀러 가세 후 9경기에서 평균 85.9득점 80.2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18일 DB와의 원정경기에서 104실점하며 기록이 치솟긴 했지만, 이전까지 전자랜드는 77.3실점을 올렸다. 공수가 조화를 이뤄 다시 지는 것보다 이기는 데에 익숙한 팀이 된 것이다.

밀러는 운동능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스틸능력만큼은 경쟁력을 지녔다. 전자랜드로선 상대의 스몰라인업에 보다 능동적으로 수비를 펼칠 수 있게 된 셈이다. 밀러는 경우에 따라 리카르도 라틀리프(삼성) 등 빅맨을 상대로 박스아웃을 펼치기도 했다.

밀러는 9경기에서 평균 25분 28초 동안 13.8득점 4.9리바운드 2.1어시스트 1.8스틸을 기록했다. 모비스 시절 기복을 보였던 3점슛도 1.1개 성공시켰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밀러는 확실히 수비 센스가 있는 선수다. 특히 스틸능력이 좋고, 팀 전체적인 수비 조직력도 살아났다”라며 밀러에 대한 만족감을 전했다.

전자랜드는 KBL 10개팀 가운데 유일하게 챔프전 경험이 없는 팀이다. 2010-2011시즌에는 정규리그 준우승을 차지, 4강에 직행하고도 KCC에 챔프전 티켓을 넘겨줬다. 리카르도 포웰이 맹활약한 2014-2015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동부(현 DB)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렀지만, 또 다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DB가 정규리그 우승을 앞두고 있지만, 플레이오프 진출 팀들 가운데 절대강자는 없다는 평가다. 전자랜드 역시 밀러 가세 후에는 플레이오프 이상을 노릴만한 가능성을 보여준 팀이었다.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를 반복하고 있는 2017-2018시즌. 밀러 영입이라는 전자랜드의 강수가 정규리그 막판, 더 나아가 플레이오프에서도 ‘신의 한 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전자랜드 선수들(상), 네이트 밀러(하).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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