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6세 이세돌 9단이 전격 은퇴한 이유는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여동은 기자] '풍운아' 이세돌(36) 9단이 전격 은퇴했다.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팬들은 아쉬워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은 19일 한국기원에 프로기사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미 한국기원 기사회에 탈퇴서를 냈던 이세돌 9단은 이날 프로기사 사직서도 제출하면서 프로기사 활동을 마감했다.

1995년 만 12세의 나이로 입단한 이세돌 9단은 독특한 착상과 전투적 기질로 한 시대를 풍미한 천재기사다. 하지만 가감없는 자기주장과 일인자로서의 자존심을 배경으로 바둑계 기성 질서에 도전하는 등 숱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 시대를 풍미한 이세돌 9단이 만 36세의 나이에 은퇴한 이유는 뭘까. 첫째는 나이에 따른 성적 부진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이다. 둘째는 한국기원과의 불협화음이다.

현재 국내랭킹 14위인 이세돌은 지난 2016년 KBS바둑왕전 우승,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우승,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우승 이후 무관에 그친 것은 물론 승률이 크게 떨어졌다. 36세라는 나이는 프로바둑계에서는 적지 않은 나이다. 한마디로 전성기가 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바둑은 박정환 9단(26, 랭킹1위) 신진서 9단(19, 랭킹2위) 신민준 9단(20, 랭킹4위) 등이 이끌고 있다. 자존심이 강한 이세돌 9단이 국내 랭킹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큰 상처를 받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나이에 따른 성적부진에 더블어 한국기원과의 갈등이 은퇴를 부채질 한 것으로 보인다. 이세돌 9단은 이미 2016년에 상금을 놓고 프로기사들의 모임인 기사회와 갈등을 빚으며 탈퇴한 바 있다. 이어 한국기원이 올해 "프로기사로 입단하면 기사회 회원이 되고 기사회 회원만이 본원이 주최하는 기전에 출전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이세돌 9단의 출전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렸다. 이미 은퇴를 시사했던 이세돌 9단으로서는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1995년 7월 71회 입단대회에서 조한승 9단과 함께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이세돌 9단은 24년 4개월간의 현역 기사 생활을 마감했다. 1983년 전남 신안군 비금도 태생인 이세돌 9단은 2003년 입신(入神·9단의 별칭)에 등극했다.

2000년 12월 천원전과 배달왕기전에서 연속 우승하며 타이틀 사냥을 시작한 이9단은 3단 시절인 2002년 15회 후지쓰배 결승에서 유창혁 9단을 반집으로 꺾고 우승하면서 세계대회 최저단 우승 기록을 작성한 바 있다.

현역 생활을 하면서 18차례의 세계대회 우승과 32차례의 국내대회 우승 등 모두 50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세돌 9단은 한국기원 공식 상금 집계로 98억 원에 가까운 수입을 벌어들였다.

2000년 76승을 올려 한국기원 최다승의 주인공이 되면서 최우수기사상을 획득한 이9단은 통산 8차례의 MVP, 4번의 다승왕과 연승왕, 3번의 승률왕에 올랐다.

특히 2014년 구리 9단과의 10번기에서 6승2패로 승리했고, 2016년에는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대결해 1승4패로 패했지만, 알파고를 상대로 인류 최초의 1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여동은 기자 deyu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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