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고통 끝엔 이영애가 있었다 [MD리뷰]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영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 속 배우 이영애가 일으키는 파고가 거세다. 108분 동안 고통에 신음하다가도 이영애가 내뱉는 호흡에 같이 숨을 몰아쉬게 된다.

정연(이영애)과 명국(박해준)은 6년전 아들을 잃어버려 슬픔에 빠졌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했다. 간호사인 정연은 슬픔에만 매몰된 대신 업무에 충실했고, 후배는 "멋있다. 보통 사람들 같지 않다"라며 그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겉보기엔 무난한 일상으로의 복귀였다. 6년이라는 시간이 만들어준 틈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팠고 고독했다. 늘 상상 속 품에서는 아들 윤수가 뛰어 놀고 있었다. 13살이 된 아들과의 삶을 고대한 명국은 교사직을 관둔 뒤 전국을 돌아다니며 고군분투한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살아가던 부부의 삶은 한 통의 전화로 거대한 균열이 생긴다. 한 섬의 낚시터에서 윤수가 지내고 있다는 전화였다.

보통의 스릴러 영화는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활용해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인공들과 시선을 같이 하고 관객 자신과 동일시하게끔 만들어 후반부에 터지는 진실에 모든 힘을 쏟는다. 그러나 '나를 찾아줘'는 다른 구조를 취한다.

정연이 아이를 찾을 수 있을까. 아이는 살아있을까. 최대 관심사인 이 질문은 사실상 극 초중반부터 해소된다. 마지막에 반전 장치가 있긴 하나 이야기의 끝에 도달했을 땐 그 '진실'의 여부는 중요치 않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담긴 어른들의 추악한 이기심, 지극히 평범하지만 누군가에겐 가혹한 욕망, 갯벌과 같은 회색빛 세상에 느끼는 환멸과 괴로움, 고통만이 남는다. 숨통을 조인다.

현실은 스크린 속보다도 차갑고 참혹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영화는 과도하게 폭력적이고 잔인하다. 단순 몸싸움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뒤엉키고 상해를 입히는 과정이 긴 시간동안 표현되며 선정적인 묘사도 서슴지 않는다. 아동 학대 표현은 정서를 위협할 정도로 강하다. 15세 관람가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다.

이 때문에 쫄깃했던 긴장감이 극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불쾌한 기운으로 뻗어나간다. 특히 정연을 향해 행해지는 무자비한 폭력 장면 나열은 아동 학대 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평면적인 구조 탓에 허점도 곳곳에 자리한다. 또 활용 폭이 넓은 낚시터의 악인 캐릭터들을 단편적인 역할 수행에만 그치게 해 아쉬움을 더한다.

여러 불편함을 와해시키는 건 단연 이영애다. '친절한 금자씨'(감독 박찬욱) 이후 14년 만에 돌아온 그는 그동안 묵혀뒀던 감정들을 터뜨리겠다는 기세로 열심히 달린다. 초반 드라마에서 처연한 표정으로 감정을 예열하던 이영애는 스릴러로 넘어가 폭발에 이르기까지 여러 얼굴을 오간다. 폭발보다는 붕괴라는 느낌에 가깝다. 드문드문 비치는 광기는 극적인 광기가 아닌, 현실적이라 더욱 서럽고 처절하다. 금자와는 명확히 다르다. 위선의 결정체인 홍경장(유재명)은 극악무도하지만 일면은 평범해 더 공포스럽다. 이를 연기한 유재명은 힘을 가득 줬다. 그래서 생생하다. 이영애에 결코 뒤지지 않는 존재감이 돋보인다.

'나를 찾아줘'가 많은 관객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표현이 지나치게 사실적이라 심리적 동요를 유발하는 '트리거'(Trigger)가 염려된다. 그럼에도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간단하게는 실종 아동, 유괴, 아동 학대 고발이며 더 나아가 연약한 존재에 대한 섬세한 관심을 촉구한다. 어른의 도리는 무엇인가, 질문도 던진다. 27일 개봉.

[사진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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