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드런 “방탄소년단 열혈팬, 음악과 미술의 합일을 꿈꾼다”[MD인터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화가 킬드런은 24시간 음악을 듣는다. 잘 때도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잔다. 음악을 들으며 영감을 얻는다. 중학교 2학년때 미술 학원비를 받아 몰래 기타를 샀을 정도로 음악을 사랑하는 화가다. 실제 19살에 밴드를 결성해 28살 때까지 헤비메탈 음악으로 홍대 무대에 올랐다.

“무대에 오르면 록스타가 된 느낌이죠. 감수성이 발달했어요. 단체활동을 하다보니까 협동심, 배려심을 몸에 익혔고요. 직접 사운드를 만들기 때문에 카타르시스가 대단했죠.”

방탄소년단 열혈팬, 음악을 들으면 힐링이 된다

그동안 지드래곤, 시아준수, 다이나믹 듀오, 딘 등 수많은 뮤지션과 콜라보를 진행했다. 음악을 듣고 영감이 떠오르면 같이 작업한다. 음악이 좋지 않으면 정중하게 거절한다. 계속 상상하면서 최적의 이미지를 뽑아낸다.

몇 해전, 방탄소년단 측이 월드투어, 앨범, 뮤직비디오 아트워크와 굿즈 등을 콜라보하자고 제안했다. 꼭 하고 싶었는데, 스케줄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 어느날, 뷔 사진을 보고 그리고 싶은 이미지가 떠올랐다.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좋아요’가 14만개 달렸다. 하루 종일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들었다. 그들의 모든 것을 다 찾아봤다. 이제 ‘아미’가 됐다.

“방탄소년단을 애틋하게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가을쯤이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애정이 생겼어요. 그들이 얼마나 많이 노력해서 세계 최정상에 섰는지 알게 되더라고요.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힘들 때였는데,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며 힐링이 됐어요.”

재료에 국한하지 않는 감성적인 화풍

킬드런은 동양화, 유화, 스프레이 등 재료에 국한하지 않고 자유롭게 그림을 그린다. 캔버스에 풍부하게 담기는 감성적인 화풍이 특징이다. 이같은 스타일은 30대 초반 일본 유학 시절에 확립됐다.

“일본에서 극사실주의를 전공했어요. 땀구멍까지 똑같이 그렸죠. 그리다 보니까 저랑 안 맞았어요. 화가 나서 물감을 캔버스에 던졌는데, 사실주의와 비사실주의가 혼재된 그림이 눈 앞에 나타난거예요. 짜릿했죠. 벼락을 맞은 느낌이었어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제 스타일을 발견한거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과 협업

그는 오는 19일 개봉하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과도 협업했다. 그의 그림은 현재 메가박스 코엑스에 전시돼있다. 극중 팜므파탈로 등장하는 전도연을 강렬하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제가 좋아하는 하드보일드 장르라 재미있게 봤어요. 무엇보다 작업이 너무 잘됐어요. 붓끝 하나하나가 마치 신들린 것처럼 그려지더라고요. 앞으로도 저와 맞는 영화가 있으면 계속 작업해보고 싶어요.”

보통의 꾸준함은 그 어떤 것도 압도한다

사진작가 척 클로스는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하러 간다”라고 말했다. 필립 로스의 소설 ‘에브리맨’에 소개돼 한국에서 유명해졌다. 킬드런 역시 제자들에게 척 클로스의 명언을 가르친다.

“오늘은 어제의 연속이고, 내일은 오늘의 연속이죠. 태도가 그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요. 철학이 인생을 바꿔주지 않아요. 후배들에게 매일매일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회의 일원으로 일하라고 조언해요. 보통의 꾸준함은 그 어떤 것도 압도하니까요. 그것이 재능의 마지막 포인트입니다.”

저렴한 교육비로 양질의 교육을 가르치는 아트스쿨 만들고 싶어

그는 저렴한 교육비로 양질의 교육을 가르치는 아트스쿨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후배들에게 기회를 열어줄 계획이다. 개인전도 열 준비 중이다. 4년 넘게 개인전을 쉬었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작품으로 미술팬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아티스트들에게 선택받는 입장이었잖아요. 이제는 제가 아티스트를 선택해 콜라보를 제안해보고 싶어요. 모델이 되어 달라고요. 멋진 그림이 나올 것 같아요.”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킬드런 제공]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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