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썸바디', 너의 '하트시그널' [이승록의 나침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하트시그널' 시즌3를 기다리는 마음은 나름 비장하다. '결코 빠져들지 않으리.'

잘생기고 예쁜데다가 잘나가기까지 한 남녀들의 사랑은 '그들만의 세계일 뿐'이라고 단단히 다짐하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번에도 결국 시즌3가 끝나갈 무렵엔 이들의 엇갈린 사랑에 이상민처럼 한탄하고, 김이나처럼 안타까워할 게 뻔하다.

그들이 어떤 사람이든, 사랑 앞에 우리는 평등하게 애처롭고 공평하게 비참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타이밍이다.

'하트시그널' 시즌2에 이어 '썸바디2'까지 보고 나면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영화 '2046'에서 양조위가 말했던 것처럼 사랑은 타이밍이다.

'하트시그널' 시즌2 마지막 여행 때, 만약 김현우 앞에 오영주가 나타나고, 임현주와 김도균이 함께 떠났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알다시피 '타이밍'은 어긋났다. 대신 '타이밍'은 김현우와 임현주가 케이블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달려가던 순간, 둘이 손을 잡아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김현우가 오영주에게 "솔직히 설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라고 한 고백은 어긋난 타이밍이 끝내 사랑의 방향을 바꾸지 못했단 말이었다.

'썸바디2'는 타이밍의 기적이었다.

소리가 용기 내서 송재엽에게 데이트 신청하지 않았더라면, 송재엽이 용기 내서 소리가 있는 곳으로 올라가지 않았더라면, 소리와 송재엽의 마지막 춤은 없었다. 소리와 송재엽이 알아채지도 못한 사이 덜컥 다가온 '타이밍'을 잡아챌 수 있었던 건 오직 용기 덕분이었다. "재엽아, 너 잘못 온 거지?"라던 소리의 물음도 자신의 용기가 어떤 기적을 만들어냈는지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애석하게도, 사랑 앞에 우리는 평등하게 애처롭고 공평하게 비참하다.

누군가의 행복은 누군가의 불행일 수밖에 없는 게 사랑의 잔인한 속성인 탓이다. '하트시그널' 시즌2에서도 어떤 이는 '진심'을 주고 상대의 마음을 열어보려 했지만 되돌아온 건 '작별'이었다. 작별의 순간에도 상대의 행복을 빌며 웃어줄 수 있었던 건, 그 잔인한 순간마저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순수이기도 했다.

'하트시그널' 시즌3가 온다. 용기가 없어 사랑의 타이밍을 놓치고, 사랑의 결말이 불행임을 직감하면서도, 어리석게도 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우리들이 온다.

[사진 = 채널A-엠넷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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