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알칸타라 아닌 플렉센, 두산은 5차전에 승부를 걸었다

[마이데일리 = 고척돔 이후광 기자] 라울 알칸타라가 아닌 크리스 플렉센의 선발 등판. 두산 베어스의 5차전 승부수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0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NC 다이노스와의 5차전 선발투수로 크리스 플렉센을 예고했다.

예상과 다른 발표였다. 순리대로라면 1차전 선발투수였던 알칸타라가 닷새를 쉬고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상황. 그러나 2차전 선발 플렉센이 나흘 휴식 후 등판하는 변칙 플랜을 택했다.

정규시즌만 보면 알칸타라가 플렉센을 압도했다. 알칸타라는 31경기 20승 2패 평균자책점 2.54로 호투하며 다승, 퀄리티스타트(27회) 1위, 이닝(198⅔이닝), 탈삼진(182개) 2위, 평균자책점 4위 등 각종 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리그 최고의 투수였다. 반면 플렉센은 21경기 8승 4패 평균자책점 3.01의 평범한 기록으로 데뷔 시즌을 보냈다. 7월 중순 예상치 못한 발 골절상으로 한 달을 넘게 쉰 여파였다.

그러나 가을이 되자 두 선수의 위상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알칸타라는 준플레이오프 2차전 4⅓이닝 4실점 난조를 시작으로 플레이오프 3차전서 7⅔이닝 3실점에도 막판 결승타로 뒷맛이 씁쓸했고, 한국시리즈 1차전 NC를 만나서도 5이닝 4실점으로 고전했다. 알칸타라가 나선 3경기서 2차례나 팀이 패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선 목 담 증세까지 찾아오며 투구가 더욱 힘들었다.

플렉센은 10월 5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5의 기세를 그대로 이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이닝 1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그는 플레이오프서 선발에 이어 마무리까지 담당, 2경기 1세이브 평균자책점 1.74로 시리즈 MVP의 영예를 안았다. 대망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6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플렉센이 이날 등판한다는 건 5차전을 반드시 잡겠다는 두산의 승부수로 해석된다.

어떻게 보면 이번 가을 두산의 영광의 순간에 늘 함께 했다. 포스트시즌 첫 경기 승리를 시작으로 플레이오프서 KT를 만나 또 첫 경기 승리와 마지막 경기 마무리를 책임졌고, 위기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시리즈 1승 1패 균형을 맞췄다. 플렉센의 2020 포스트시즌 기록은 4경기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21로 압도적이다.

또 다시 가을 에이스 플렉센의 호투가 필요한 시점이 찾아왔다. 2승 2패에서 3승 고지에 먼저 오른 팀의 우승 확률은 81.8%(11차례 중 9차례)에 달한다. 5차전을 곧 우승으로 이어지는 지름길로 볼 수 있는 수치다. 이날도 플렉센 특유의 포효가 필요한 이유다.

[크리스 플렉센.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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