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임성한 혹은 피비의 ‘맛’ [김미리의 솔.까.말]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임성한이든 피비(Phoebe)이든, 임성한은 역시 임성한이었다.

임성한 작가가 피비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지난 2015년 MBC ‘압구정백야’를 끝으로 은퇴 의사를 밝힌 뒤 6년 만의 복귀. ‘막장 대모’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막장 드라마가 더욱 큰 인기를 얻고 K-드라마를 대표하는 한 장르로 자리를 공고히 한 만큼, 내놓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일으켰던 그 시절 그 ‘대모’의 귀환은 많은 기대와 시선을 모으기 충분했다.

피비 작가의 신작 TV CHOSUN 주말미니시리즈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6년 전 임성한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특유의 대사와 초반의 ‘빌드업’은 여전했다. 다른 드라마에서는 문제가 될 법한 대사도, 시대착오적 인물도 피비 작가의 드라마에서는 허용됐다. 듣고 있다 보면 반박하지 못한 채 그대로 흡수하다가 대사가 다 끝난 후에는 뭔가 이상하다 싶은, 임성한 특유의 ‘말발의 마법’이 펼쳐졌다.

다만, 이를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은 조금 달라졌을지도. 피비 작가가 떠나 있던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막장극은 진화했다. 최근 그 정점을 찍은 작품이 ‘펜트하우스’. 막장에 놀란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또다시 속도감 빠르게 펼쳐지는 레벨업 된 막장에 시청자는 열광했고 고구마 없는 사이다로 가득 찬 또 다른 막장을 요구했다.

최근 추세에 비춰보면 피비 작가의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나름 순한 맛, ‘클래식한 막장’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하다. 설정 자체를 놓고 보면 충분히 막장이지만 그동안의 더한 막장에 노출돼 있던 시청자에게는 극 중 등장한 단어처럼 나름 ‘음전’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아직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워밍업 단계라는 점. 초반 쌓아 올린 세계를, 드라마 팬들의 평처럼 ‘광기’로 폭발시킬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박해륜(전노민)과 판사현(성훈)이 비슷해 보이는 집에 드나드는 장면이 등장하자 두 사람이 사귀는 것이 아니냐, 박해륜이 쌍둥이였다는 말에 죽은 형을 대신해 이시은(전수경)과 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들이 불거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피비 작가의 성향을 알고 있는 만큼 자신들이 먼저 파격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것. 이런 추측이 맞든 맞지 않든, 피비 작가가 보여줄 ‘괴랄적인’ 이야기에 많은 시청자가 열광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한편 현재까지 3회가 방송된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3회 연속 TV CHOSUN 역대 드라마 시청률을 경신, 종편임에도 9%에 육박하는 전국 시청률을 기록하며 폭발적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 = ㈜지담 미디어 제공, TV조선 ‘결사곡’ 방송 캡처]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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