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 폐지, 눈 가리고 아웅은 이제 안 통한다 [허설희의 신호등]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눈가리고 아웅은 이제 그만.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극본 박계옥 연출 신경수)가 결국 폐지됐다. 눈 감고, 귀 막고, 입을 닫는다고 지나갈 문제가 아니었다. 언젠가는 제대로 터져야 할 문제였고, 성난 시청자들의 움직임은 '조선구마사'를 퇴출시켰다.

'조선구마사'의 논란은 방송 전부터 이미 예견됐다. 판타지극이라 포장했지만 실존 인물 태종, 세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역사 왜곡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단순 등장이 아니라 인물 자체를 자신들만의 상상력으로 비틀어 버린 만큼 시청자들의 분노는 더욱 컸다.

최근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의 한국 고유의 문화를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新 동북공정'을 펼쳐 국민들이 불편한 심기를 지니고 있는 가운데 중국풍 소품과 중국식 월병, 만두, 피단 등이 등장해 시청자들을 더욱 황당하게 만들었다.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책임 의식 없는 1차 해명 또한 시청자들의 분노를 더욱 커지게 했다.

결국 시청자들은 발 빠르게 나섰다. 광고계를 압박했고, 하루만에 다수의 업체들이 '조선구마사'와의 계약을 해지, 빠른 손절을 펼쳤다. 장소 협조 및 지원 사업에 참여한 시자체도 선긋기에 나섰고, 방송 2회만에 제작사 및 SBS가 사과와 해명의 뜻을 전했다. '조선구마사'는 재정비 후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시청자의 항의는 끝나지 않았고, 결국 폐지가 결정됐다.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비판을 비난으로 치부하고,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지나가려 했던 안일한 태도가 강한 한 방을 맞았다. 특히 박계옥 작가는 전작 tvN 드라마 '철인왕후'에서 이미 한 차례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켰던 장본인. 의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지만 반성 없는 그의 무분별한 상상의 나래와 그가 구축하려 했던 세계관은 결국 시청자들의 싸늘한 반응만 얻은 채 무너졌다.

시청자들은 '조선구마사' 폐지에서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출연 배우들의 이전 발언까지 재조명되는가 하면 출연 배우들과 관련해 불매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미 종영된 '철인왕후'와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한국방송작가협회에는 박계옥 작가의 제명을 요구했다. 지상파 방송사라는 책임감 없이 '조선구마사'를 편성한 SBS에 대해선 지상파 재허가 취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제 시청자들에게 눈 가리고 아웅은 안 통한다. 방송 2회 만에 폐지라는 결과를 얻은 시청자들은 이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주체가 됐다.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왜 움직여야 하는지도 더 절실히 깨달았다.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이들은 이제 눈 가리고 아웅 식이 아닌 진짜 책임 의식을 갖고 질 높은 콘텐츠 생산에 집중해야 한다.

[사진 = SBS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