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 감독 "9년 걸린 '서복', '건축학개론' 흥행 부담감 엄청났다" (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이용주 감독이 '건축학개론' 연출 이후 9년 만에 신작 '서복'으로 복귀하는 소감을 밝혔다.

이용주 감독은 13일 오후,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15일 영화 '서복'의 극장 개봉과 OTT 티빙 동시 공개를 앞두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이 서복을 노리는 여러 세력의 추적 속에서 특별한 동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전국에 첫사랑 신드롬을 일으킨 '감성 연출 장인' 이용주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으로 완성된 감성 브로맨스물이다.

이용주 감독은 '서복'에 한국영화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를 감성드라마로 담아냈다. 기존 장르영화의 답습에서 벗어나 철학적 메시지와 감성적 터치가 더해진 색다른 방식으로 전개한 것. 여기에 죽지 않는 복제인간과 죽음을 앞둔 한 남자의 동행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그려내 이들의 험난한 여정과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진한 여운을 선사한다. 또한 삶과 죽음, 인간의 두려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공감을 자극했다.

이날 이용주 감독은 전작 '건축학개론'이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던 만큼, "엄청나게 부담이었다. 주변에선 잘 됐는데 왜 그러냐고 했지만, 저한테는 부담이었다. 그래서 차기작 '서복'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린 것도 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제가 늦은 나이에 영화를 시작한 것도 있어서 '불신지옥'으로 입봉할 때 감독으로서 영화 한 편을 찍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었는데 '건축학개론'이 흥행까지 되어버린 거다. 사실 '건축학개론'이 '불신지옥'보다 먼저 구상한 작품이었다. 상업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6~7년을 준비하다가 무산되었고, 한이 맺혀서 다시 시나리오를 고친 뒤 찍으려 했던 거라 흥행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다. 거절을 많이 당했던 작품이었는데 흥행이 되어버리니까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엄청났다.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무의식중에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너무 칭찬을 많이 듣다 보니까 '건축학개론'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욕먹는 거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저를 경직되게 만들었고, 반성하는 지점이다. 그래서 '서복' 이후는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건축학개론' 흥행 성공 이후 멜로 시나리오 제의가 정말 많이 들어왔었지만 관심이 가지 않았다. '건축학개론'을 사람들이 멜로로 구분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건 제가 30대 때 갖고 있던 감정들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쓰게 된 것이었지 제가 의도적으로 멜로라고 장르를 정해놓고 쓴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용주 감독은 "'서복'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해지면 이 테마에 맞춰서 가장 어울리는 형식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게 제 방식이다. 색다른 장르에 도전하려 했던 건 아니고,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다음 작업도 이렇게 될 거 같다"라고 전했다.

[사진 = CJ ENM]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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