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가 150km 좌완 파이어볼러의 성공을 확신한 순간 [MD스토리]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강민호(36)가 9회초 2아웃의 기적을 연출한 17일 잠실구장에서는 삼성이 3-1로 역전승을 거두고 선두 자리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이날 삼성은 단순히 1승을 얻은 것이 아니었다. 강민호의 극적인 역전타 만큼 반가운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1차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2002년생 좌완 파이어볼러 이승현(19)은 이날 경기에서 구원투수로 나와 150km까지 나오는 강속구를 던지며 1군 무대에서의 적응력을 높였다. 프로 데뷔전이었던 지난 14일 잠실 LG전에서 1이닝 2K 무실점으로 화려한 데뷔를 한데 이어 이번에는 사사구 2개를 허용하면서 고전하기도 했지만 2사 2,3루 위기에서 '타격 기계' 김현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강렬한 인상을 심은 것이다.

베테랑 안방마님 강민호의 요구는 간단했다. 패스트볼만 5개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자 이승현은 150km에 달하는 강속구를 던지며 씩씩하게 투구를 펼쳤다. 결국 149km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이승현의 초구에 김현수의 방망이 타이밍을 보니 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강민호는 "맞더라도 좋은 공을 던지고 맞자고 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지금껏 여러 투수들과 호흡을 맞춘 강민호는 이승현의 투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강민호는 "정말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 이 정도로 좋은줄 몰랐다"라면서 "오랜만에 공에서 감동을 느꼈다. 힘도 있고 패기도 있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민호가 이승현이 앞으로 크게 성공할 것이라 예감한 순간은 따로 있었다. 강민호는 "내 사인에 고개를 흔드는 모습을 보면서 '이 친구는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웃었다. 아무리 강민호가 투수들에게 "내 사인을 다 따르지 마라"고 했다고 하지만 19세 신인이 감히(?) 대선배의 사인에 고개를 가로 젓는 것은 흔치 않은 장면이다.

이처럼 강민호는 삼성의 젊은 투수들에게 '자유'를 허하고 있다. 대신 원칙 하나도 정했다. "싫으면 고개를 흔들어도 괜찮다고 했다. 다만 똑같은 사인을 또 냈을 때는 나를 믿고 따라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올해 삼성이 주목을 받는 것은 '깜짝 선두'를 달리면서 앞날이 창창한 영건 마운드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태인은 벌써부터 도쿄올림픽에서 에이스를 맡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강민호는 "(원)태인이가 월간 MVP도 받았던데 나한테 뭐 주는 것이 없더라. 베풀지 않으면 복이 오지 않는다"고 웃음을 지었다. 삼성은 '에이스'로 거듭난 원태인에 이어 150km 좌완 파이어볼러까지 등장하면서 현재와 미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삼성 이승현이 1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말 LG 선두타자 유강남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진 뒤 사과하고 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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