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 엄마가 목숨걸고 지켜줄게[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영화 ‘학교 가는 길’의 영어 제목은 ‘A long way to school’이다.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학교 가는 길은 멀고도 멀다. 집 근처에 다닐만한 학교가 없어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1~2시간씩 가야한다. 한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기본권을 제공받지 못하자, 엄마들이 일어났다. 김정인 감독의 ‘학교 가는 길’은 교육권을 얻어내기 위한 엄마들의 간절한 투쟁인 동시에 아이들과 함께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엄마들의 성장영화다.

2017년, 한 장의 사진이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 앞에서 한 엄마가 무릎을 꿇었다. 다른 엄마들도 따라 나섰다. “귀하게 키운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여러분과 더불어 살고 싶은 게, 이게 욕심입니까?” 주민들은 “쇼 하지 말라”고 소리 질렀다. 서로 넘을수 없는 두터운 벽이 가로 막혀 있었다. 그 후로도 지난한 투쟁이 이어졌다. 엄마들은 ‘어벤져스’처럼 뭉치고 싸웠다.

‘학교 가는 길’은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의 입장도 담아냈다. “우리는 장애인을 혐오한 적도 차별한 적도 없다. 그런데 왜 우리 지역에만 사회취약계층 시설이 많이 들어서나.” 90년대 대규모 임대주택이 들어서 가뜩이나 다른 지역에 비해 차별받는다는 인식이 강했다. 학교부지에 한방병원을 짓겠다는 정치인의 공약까지 더해지며 반대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들도 한국 사회 시스템의 피해자였다.

엄마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구청 점거 농성에 삭발까지 감행했다. 눈물이 뚝뚝 흘렀다. 이렇게 해서라도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다면, 더 한 것도 할수 있다는 비장감이 서렸다. “엄마, ‘곰 세 마리’ 안부를 테니까 삭발 안하면 안돼?”라는 말까지 들었다. 내 마음이 무너질지언정, 어린 학생들의 교육권을 확보하고 지켜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실행했다. 엄마들은 구청과 교육청, 그리고 국가 앞에서 외친다. “엄마가 목숨걸고 지켜줄게.”

이은자, 정난모, 조부용, 장민희, 김남연 씨 등 투쟁에 앞장섰던 엄마들은 이미 자녀가 성인이 돼서 특수학교 혜택을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다른 부모에게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투쟁의 최전선에 섰다. 내 자식만 귀한게 아니라 다른 집 자식도 귀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들의 투쟁 덕에 ‘서진학교’는 문을 열었고, 올해 초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결국, 엄마가 목숨 걸고 지켜줬다.

김정인 감독은 엄마들의 투쟁의 기록만 담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었는지 인터뷰했다. 처음에 “왜 내게 시련이 닥치나”라고 좌절했던 엄마들은 나중엔 “아이 덕분에 더 좋은 사람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엄마들은 오늘도 한국 사회의 편견에 맞서 싸운다. 아직 특수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대한민국 장애아는 6만 8,805명이다. 그들의 구호는 이렇게 바뀌어야한다.

“국가가 목숨 걸고 지켜줄게.”

[사진 = 영화사 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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