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는 얘기 NO" 김원형식 담담한 화법, 어쨌든 버티는 SSG[MD이슈]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힘들다는 얘기는 안 하겠다."

SSG는 엄청난 위기다. KBO리그 역사를 돌아봐도 선발투수 3명이 한꺼번에 부상으로 이탈한 건 찾기 힘든 사례다. 심지어 대체선발 이건욱도 어깨염증으로 당분간 쉰다. 양선률, 정수민, 김정빈, 조영우에 이어 필승계투조 이태양마저 임시 선발로 활용한다.

선발투수 결정과 배치부터 불펜 관리까지, 굉장히 촘촘한 마운드 운용이 필요하다. 베테랑 감독에게도 버거운 미션이 초보 감독에게 부여됐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담담하다. 오히려 "힘들다는 얘기는 안 하겠다"라고 했다.

감독은 현장의 총책임자다. 아무리 프런트의 권한이 강화된 시대라고 해도 감독의 한 마디가 덕아웃에 미치는 무게감은 여전히 크다. 그래서 대부분 감독은 취재진과의 경기 전 브리핑에서 매우 신중하게 발언한다.

김원형 감독이 힘들거나 걱정스럽다는 얘기를 하지 않겠다는 건, 결국 선수들의 사기를 꺾고 싶지 않다는 의미다. SSG는 6월 들어 4승6패로 주춤하다. 그러나 마운드 운용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선전하고 있다. 선두 KT에 단 1경기 뒤진 4위.

팀 투타 지표는 상위권과 거리가 있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1~2점차 승부에 강했다. 어쨌든 잡아야 하는 경기를 잡는다. 최근에도 오원석과 윌머 폰트가 나선 11~12일 인천 키움전을 이긴 게 컸다. 새롭게 기회를 잡은 투수들을 비롯해 개개인이 최소한의 제 몫을 하면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컬러가 구축됐다. 작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 이런 상황서 김 감독은 힘들다는 얘기를 하지 않으면서, 선수들에 대한 '신뢰'의 메시지를 보냈다.

잘 나가는 팀 감독의 엄살이 겸손과 약간의 미덕으로 받아들여지던 시절, 주전 1~2명이 빠지자 "우리 선수 없다"라는 발언은 때때로 1군에서 대체 역할을 하는 선수들, 나아가 2군에서 훗날을 위해 땀을 흘리는 선수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 2~3년 전 한 전직 감독은 그 부분을 안타까워하며 주전들의 줄부상에도 "우리 선수 많아요, 2~3군까지 70명"이라고 했다.

김 감독도 박종훈과 문승원, 2주 자가격리를 거칠 샘 가빌리오를 대체할 임시 선발투수들의 사기를 꺾고 싶지 않을 것이다. 실제 "다른 선수들에겐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 선수들이 힘을 내면 우리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수술을 받은 박종훈, 곧 수술을 받는 문승원에게도 담담하게 위로를 건넸다. "수술 자체가 선수에겐 큰 부담이다. 재활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다"라면서 "나는 현역 시절 뼛조각 제거 수술만 두 번 받았는데,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시키는 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스타일이었다. 그저 '수술을 받았구나', '(재활)이걸 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승원이와 종훈이는 워낙 자기관리를 잘 하는 친구들이다. 인대접합수술이 뼛조각 제거 수술과 차원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잘 이겨내면서 즐겁게 할 것이다"라고 했다.

11일 인천 키움전서 변화구 제구가 되지 않아 아슬아슬하게 세이브를 따낸 서진용도 비슷한 방식으로 감쌌다. "어쨌든 이겼다. 진용이에게 '고맙다'고 했다. 대신 '감독은 경기만 이기면 돼, 그런데 네 방어율은 안 좋아지는 거야'라고 했다. 괜찮다는 표현으로 그렇게 웃으면서 얘기했다"라고 했다.

박종훈과 문승원의 1년 재활, 마무리 서진용의 롤러코스터 피칭은 장기적으로 SSG에 부담이 되는 요소다. 하지만, 김 감독은 "어쨌든 이겼다"라며 담담하게 대처한다. 그게 그들을 위한, 다른 선수들을 위한, 나아가 SSG를 위한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실제 SSG는 어쨌든 꾸역꾸역 이기고 버텨낸다. 알고 보면 김원형 감독의 화술은 초보 감독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보통이 아니다.

[김원형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