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있지만' 송강의 눈빛은 왜 메말랐을까 [강다윤의 카페인]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이게 뭐람. 송강이 입을 여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지난달 19일 첫 방송된 JTBC '알고있지만'은 동명의 웹툰이 원작으로 사랑은 못 믿어도 연애는 하고 싶은 여자 유나비(한소희)와 연애는 성가셔도 썸은 타고 싶은 남자 박재언(송강)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JTBC '부부의 세계' 이후 한소희의 첫 작품. 넷플릭스 '스위트홈', tvN '나빌레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송강. 일부 회차의 19금 편성. 그리고 원작 웹툰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두 사람의 비주얼. '알고있지만'은 시작 전부터 떠들썩했다.

하지만 첫 방송이 끝나고 화제가 된 것은 다름 아닌 송강의 연기력이었다. 송강은 어딘가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풍기며 등장했다. 그 완벽한 비주얼은 홀린 듯이 바라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송강이 입을 여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속삭이는 듯 작게 들리는 목소리와 부정확한 발음. 웅얼거리는 말투가 캐릭터의 특징이 아닐까 고민하게 됐다. 한번 어색함을 인식하자 딱딱한 걸음걸이까지 눈에 들어왔다. 놀라운 비주얼이 순식간에 빛을 잃었다. "이 인간, 심장에 좀 해롭다"라는 한소희의 말이 전혀 와닿지 않았다.

커다란 눈, 굵은 턱선, 오똑한 콧대, 흩날리는 머리카락까지. 송강은 분명 아름다웠다. 바람에 살랑이는 꽃잎과 함께 송강이 발걸음을 옮기고, 샘김의 'Love Me Like That'이 흘러나올 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렇지만 송강이 입을 여는 순간 감흥이 깨졌다. 첫 만남 이후 재회에서 송강은 "또 보네"라고 말했지만 가벼운 대사마저 웅얼거리며 시청자들을 현실로 쫓아냈다. 환하게 미소 짓고 있지만 설렘보다는 서먹함이 앞섰다. "박재언은, 재밌다"라는 내레이션은 반만 맞았다. 비주얼이 부른 재미는 매끄럽지 못한 연기가 반감시켰다.

1화의 마지막. 예쁜 벚꽃나무 아래서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하지만 송강에게서 아슬아슬하고 두근두근한 매력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클로즈업된 송강의 눈빛은 다정하거나 촉촉하기보다는 메말라 보였다.

단 1화만을 보고 판단하는 건 너무 이른 게 아닐까. 괜히 떨리는 마음으로 일주일을 더 기다렸다.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대사가 더 추가되고 말았다.

한소희는 여자라면 누구나 느꼈을 생리 전 증상에도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수습을 도와주는 송강에게 "말할 거야? 다른 사람한테?"라며 물었다. 더 당황스러운 건 "남자들 갑자기 텐트 치는 거, 수업 중에 나 그렇게 된 거 보면 애들한테 말할 거야?"라는 송강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 송강의 자연스럽지 못한 표정과 잔뜩 굳은 대사 처리까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었다.

설상가상으로 2회 만에 한소희도 버거운 기색을 드러냈다. 홀로 1화의 시작을 이끌던 한소희는 어디로 갔는지. 여전히 눈부시게 예쁘다. 그렇지만 한소희의 주눅 들고 긴장된 표정은 사랑에 빠진 여자로 보이지는 않았다. 일관된 목소리 톤에 남발되는 내레이션으로 지쳐버린 건 아닐까 걱정까지 됐다.

다만 한 가지. "박재언의 등장으로 한껏 치솟는 섹슈얼 텐션" 이 내레이션은 한소희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꼭 짚고 싶다. 대학생들의 평범한 술자리, 오가는 눈빛 하나 없는데 어디서 섹슈얼 텐션을 느낄 수 있을까. 송강의 등장과 한소희의 내레이션을 받쳐주지 못한, 변명할 수 없는 연출력 부족이다.

물론 송강의 연기는 2화에서도 어설프다. 특히 시비를 거는 선배에게 "형, 그런 거 아니에요", "왜 그래요. 있긴 뭐가 있다고"라는 송강을 보면 생각에 잠기게 됐다. 시치미 떼는 모습을 연기하는 걸까. 하지만 그렇다기엔 너무 무미건조했다. 힘이 실리지 못한, 삐걱대는 연기가 몰입을 방해했다.

2화가 끝나가며 두 사람은 입을 맞춘다. 하지만 치명적인 남자 박재언 역을 맡은 송강에게서 특별한 텐션은 느껴지지 않았다. 클로즈업된 눈은 반짝이지만 무미건조했고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선은 그려지지 못했다. 매력없는 키스신과 함께 한소희의 "그렇게 헬게이트가 열렸다"라는 내레이션이 흘렀다. 부디 '알고있지만'의 미래가 아니길 바란다.

[사진 = JTBC 제공, JTBC '알고있지만' 방송 화면 캡처]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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