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보다 값진 감동 '김연경의 눈물과 라스트댄스를 함께한 선수들' [유진형의 현장1mm]

[마이데일리 = 도쿄(일본) 유진형 기자]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사실상 오늘이 국가대표로 뛴 마지막 경기입니다"

'배구여제' 김연경(33·상하이)이 굿바이 올림픽을 외치며 뜨거운 안녕을 했다. 김연경은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 세르비아와의 경기를 마친 뒤 "사실상 오늘이 국가대표로 뛴 마지막 경기"라고 밝히며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김연경은 만 17세 나이로 태극마크를 단 이후 16년 동안 줄곧 여자배구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하며 2012 런던 올림픽 4강, 2014 인천 아이안게임 금메달,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8강, 그리고 2020 도쿄 올림픽 4강을 이뤄낸 여자배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여자배구대표팀은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 사건으로 전력이 약화되었고 올림픽 직전에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3승 12패를 기록하며 최악의 분위기로 일본땅을 밟았다.

하지만 김연경을 중심으로 원팀으로 똘똘 뭉친 여자배구대표팀은 올림픽 무대에서 도미니카 공화국, 일본과의 조별리그 경기, 그리고 터키와의 8강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을 열광케했다. 그리고 '4강 진출'을 해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국제배구연맹도 '10억명 중 1명 나올까 말까한 선수'라고 극찬하며 김연경의 아름다운 라스트 댄스를 응원했다.

또한 김연경과 터키에서 한팀에서 뛰었던 세르비아 에이스 티아나 보스코비치(24)와의 포옹 장면을 "2020 도쿄올림픽 배구에서 가장 상징적인 포옹"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터키, 브라질, 세르비아와의 경기가 끝나면 상대선수들은 김연경과 포옹하며 그녀의 마지막 도전을 격려했고 함께 웃으며 축하했다. 김연경과 상대팀 선수들과의 우정은 올림픽 기간 내내 이뤄졌다.

8강전 상대였던 터키의 주장 에다 에르뎀(34)은 김연경과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우정을 나눴다. 김연경이 터키 리그를 떠날때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함께 남겼다. 김연경은 세계 최고의 선수다. 항상 그리울 것" 이라고 아쉬운 작별인사를 전했다. 에르뎀은 경기 직후 터키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표팀은 4강에 오를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4강 진출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친구 김연경을 축하했다.

4강전 상대였던 브라질의 주장 나탈리아 페레이라(32)와는 터키 리그 페네르바흐체와 에즈자즈바시으에서 두 차례나 같은 유니폼을 입은 절친이다. 김연경의 유튜브에서도 출연했던 페레이라는 ‘나띠’라는 애칭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동메달결정전 상대였던 세르비아의 티아나 보스코비치(24)는 터키 엑자시바시에서 두 시즌 동안 함께 뛰며 터키리그를 제패했다.

절친들과 승부의 세계에서 상대팀으로 만났지만 경기가 끝나면 뜨거운 포옹을 나눴고 서로의 앞길을 응원했다.

이것이 스포츠맨십이고 올림픽 정신이다. 그리고 국가대표 김연경의 마지막을 응원해준 아름다운 장면이다.

메달보다 값진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는 이렇게 끝이 났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과 그녀를 격려해주는 상대 선수들, 김연경과 절친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연경 SNS]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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