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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은혜갚겠다'며 아픈 것도 숨기고 출장하는 KBO최고 유격수[아무튼]
21-09-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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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LG 오지환(31) 만큼 파란만장한 야구 인생을 살고 있는 선수도 드물다. 지금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유격수이다. 10개 구단 모두가 최고라고 인정하고 있다.

오지환은 2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전 4회 2사 후 볼넷으로 걸어 나간 뒤 후속 타자 문보경 타석 때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온 몸을 던져 세이프가 된 후 고개를 돌려 홈플레이트 쪽을 바라보았다. 그 표정에 반드시 승리를 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LG가 3-0으로 앞선 상황에서도 혹시 추가점을 얻을 수 있다면 자신이 해야 할 모든 것을 하겠다는 플레이였다.

오지환은 LG 유지현(50)감독과 코칭스태프가 ‘그린 라이트(green light)’를 준 선수이다. ‘그린 라이트’는 야구에서 ‘주자가 스스로 결정해 도루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 도루로 오지환은 KBO 통산 12번째로 2012년 23도루부터 10년 연속 10도루 이상을 성공시킨 선수가 됐다.

현대 야구는 변했다. 대부분의 타자들이 혹시 모를 부상을 염려해 도루를 피하는 것이 대세다. 각 구단의 ‘그린 라이트’ 선수들도 페넌트레이스가 종반전으로 진행되면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에서 올 수 있는 부상, 수비수와의 충돌, 순간적인 스퍼트로 인한 햄스트링 등을 염려해 작전이 걸리지 않는 한 잘 뛰지 않는다. 감독들도 타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아예 히트앤드런 작전을 걸어준다.

다음 날인 22일 한화전에서는 오지환의 타순이 7번이었다. 극도의 타격 부진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려는 유지현감독의 배려다. 이날 경기가 LG의 대승으로 일찍 기울기도 했지만 오지환은 2루타 포함 3안타(1도루)의 맹타를 휘둘러 살아날 기미를 보였다.

오지환은 올시즌 왜 부상 위험을 감수하면서, 피로 누적으로 수비 실책을 범하고 하위 타순으로 내려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서도 온 몸을 던지는 야구를 할까?

오지환은 2019시즌을 마치고 12월에 소속팀 LG와 4년 총액 40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6억원)에 장기 계약했다. 올시즌이 2년째이다. 그런데 FA 첫 해를 마친 뒤인 지난 해 11월 ‘스승’ 유지현 수석코치가 승격돼 구단과 2년 감독 계약을 맺었다.

오지환의 각오가 달라졌다. 유지현감독은 ‘스승’이자 자신의 ‘롤 모델’이다. 유지현감독은 LG 1차 지명선수로 1994년 입단해 11년간 LG 프랜차이즈 스타 유격수로 활약하고 2004년 은퇴했다. 신인이던 1994년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 연수 기간을 제외하면 지도자 생활도 LG에서 작전 주루 수비 수석 코치 등을 모두 거쳤다. LG의 피가 몸속에 흐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고를 졸업한 오지환도 LG의 1차 지명 신인으로 2009년 입단했다. 그러나 유지현감독과는 달랐다. 유지현감독은 한양대를 거치며 비록 부상을 입기도 했지만 수준에 오른 유격수였고 오지환은 고졸의 미완(未完)이었다.

오지환은 2009년 프로에 데뷔했으나 유격수 수비가 되지 않았다. 고졸 첫해인 2009년 겨우 9경기에 출장했을 뿐이다. 유격수로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있었던 그의 수비가 변한 때는 바로 유지현감독이 주루코치를 하다가 수비코치를 맡은 2012년부터였다. 오지환은 2012시즌 133경기에 출장하면서 비로소 LG의 주전 유격수가 됐다.

더 중요한 시기가 있었다.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때이다. 선동열감독과 기술위원회(위원장 김시진)가 오지환을 국가대표로 발탁해 병역 논란이 거셌다. 오지환이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국가대표팀 작전 주루코치가 유지현감독이었다. 유지현감독이 오지환을 세심하게 챙겼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오지환에게 유지현 감독의 올시즌 성적이 소중하다. 스승에게 은혜를 갚고 싶기에 더 절실한 야구를 하고 있다.

[사진=마이데일리 DB]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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