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한화 외야에 ‘제2의 추신수’가 있다...홈 송구 'MLB급'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올시즌 최하위를 감수하면서 일관되게 리빌딩에 초점을 맞추고 선수를 실험하고 있다.

용병 타자도 자신이 잘 아는 같은 베네수엘라 출신 에르난 페레즈(30)로 교체해 내년 시즌 포스트시즌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에르난 페레즈는 내 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utility player)’다.

수베로 감독은 KBO리그 페넌트레이스 144경기를 기준으로 약 20경기가 남은 시점부터 다양하게 선수를 기용하고 수비 위치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에서 영입한 이성곤에게 1루를 맡기면 페레즈를 좌익수로 보낸다.

이번 시즌 최고 수확인 한화의 4번 노시환이 3루에 고정되면서 3루 수비가 가능한 김태연(24)이 때로는 우익수와 좌익수로 뛰고 있다. 수베로감독이 김태연을 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변신 시키고 있는 과정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홈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우타자 김태연의 잠재돼 있던 진가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우익수 자리에서 메이저리그 정상급 외야수 출신인 SSG 추신수에 버금가는 강한 송구 능력을 김태연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4-3으로 두산에 한 점 앞선 박빙의 리드 상황 9회초 마지막 수비였다. 2사에 2루. 2루 주자는 대타로 나선 두산 포수 장승현이었다. 장승현은 역시 태평양 돌핀스 포수였고 SK 와이번스 배터리 코치 등을 역임했던 장광호 신생팀 덕적고 감독의 아들이다.

두산 김태형감독은 장승현(한화 투수 강재민)이 안타로 나가자 정수빈에게 보내기 번트를 해서 1사 2루 동점, 최소한 9회 무승부 기회를 만들었다.

그런데 페르난데스가 외야가 아닌 1루수 플라이 아웃돼 2사 2루가 됐다. 다음 타자 박건우가 볼카운트 2-1에서 강재민의 제5구, 시속 142km 패스트볼을 밀어 쳐 한화 우익수 김태연쪽 안타를 만들었다.

두산 김태형감독도, 타자 박건우도, 한화 수베로 감독도 4-4 동점이 되는 적시 안타가 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대반전이 일어났다. 물론 약간은 짧게 수비 위치를 잡고 있었지만 한화 우익수 김태연이 단 한 걸음 앞으로 디딘 뒤 홈플레이트를 향해 던진 송구가 빨랫줄 같이 포수 최재훈의 미트로 들어갔고 최재훈은 왼쪽으로 몸을 던져 3루에서 들어오던 장승현을 태그아웃시켰다. 끝내기 어시스트, 보살 송구로 경기가 끝났다.

이 송구 하나로 강재민은 세이브를 올렸고 한화는 승리했다. 한화 두 번째 투수 배동현은 데뷔 첫승의 기쁨을 누렸다.

현재 KBO리그에서 김태연 급의 송구를 홈으로 할 수 있는 외야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우익수쪽 안타일 때 2루 주자가 함부로 홈에 못 들어오고, 1루 주자가 3루까지 가는 것을 어려워하는 우익수가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이다.

추신수는 부산고 시절 청소년 국가대표 에이스급 좌완 투수로 활약했는데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하면서 투수를 포기하고 타자에 전념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수베로 감독이 김태연을 활용한다면 내년 시즌 주전 우익수가 바람직해보인다. 공격적인 성향과 거침없는 플레이가 ‘제2의 추신수’로 손색이 없다. 김태연이 우타자인 것이 추신수와 다르다.

[사진=마이데일리 DB]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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