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난 롯데는 암흑기 시작, 삼성은 올해 드디어 가을야구...롯데의 80억원 미스터리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삼성 라이온즈가 16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더블헤더, 17일 경기까지 모두 승리를 거두고 3연승으로 페넌트레이스 2위를 굳혀가고 있다. 1위 KT를 막판까지 위협할 태세다.

더블헤더 1차전에 포수 마스크를 쓴 강민호(36)는 선발 백정현, 3번째 투수로 등판해 승리투수가 된 이상민, 그리고 베테랑 우규민(홀드), 마무리 오승환(세이브)을 노련하게 리드하며 팀의 7-5승리를 이끌었다. 차분한 블로킹으로 투수들을 편하게 해주고 밝은 표정으로 안정감을 보여줬다. 17일 키움전에도 마스크를 쓰고 뷰캐넌의 16승, 오승환의 43세이브째를 도왔다. 4번 타자로 2루타도 2개 터뜨려 타율 3할3리를 기록 중이다.

삼성이 3연승을 거두는 동안 롯데는 SSG와의 홈 경기에서 4-8, 4-14(17일 DH1차전)로 패해 8위에 머물며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이 꺼져가고 있다.

4년 전인 2017년 11월21일이다. 2017시즌 55승84패로 9위(KT 10위)를 한 삼성은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최고의 포수로 두 번 째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강민호와 4년 80억원(계약금 40억원, 연봉 총액 40억원)에 계약해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2004년 롯데에 2차 3라운드로 입단해 2006년부터 주전이 된 강민호는 롯데와 4년 75억원 계약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다.

당시 프로야구계는 롯데와 ‘당연히’ 재계약을 할 것으로 보고 영입을 아예 포기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삼성이 강민호를 잡았다. ‘007 작전’ 같이 극비리 추진된 영입 작업의 주역이 현 삼성 홍준학 단장이다.

지난 3월 시범경기 때이다.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한 전 텍사스 레인저스 메이저리거 추신수가 강민호를 만나 ‘어쩌다 여기까지 왔노?’라고 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강민호는 ‘어쩌다 그렇게 됐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추신수는 부산고 출신인데 SK 와이번스에 해외파 우선 지명이 돼 SSG 선수가 됐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당시 강민호와 함께 태극 마크를 달았다. 당시 강민호는 롯데 선수였다.

강민호의 전격 삼성행은 롯데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롯데 구단은 물론 그룹 차원에서도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조원우감독이 이끈 롯데는 2017시즌 페넌트레이스 3위로 2012시즌 후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NC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갔으나 10월15일 홈인 사직 구장에서 열린 최종전에서 에릭 해커의 호투에 눌려 0-9로 대패하고 말았다. 5차전 선발 투수가 생애 첫 포스트시즌을 경험하게 된 박세웅이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시구를 1984년, 1992년 롯데의 두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역사를 쓴 강병철감독이 했다.

비록 졌지만 롯데의 기대는 컸다. 2017시즌 80승62패2무, 승률 5할6푼3리로 KIA 두산에 이어 3위까지 올라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즌 후 주전포수 강민호를 삼성에 빼앗기고 말았다. 강민호는 12월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당시 두산의 양의지를 큰 표 차로 누르고 포수부문 수상자가 됐다.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후였는데 강민호는 ‘롯데 팬분들에게 받은 사랑 마지막까지 가슴에 담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 후 롯데는 2018년(조원우감독) 7위, 2019년(양상문감독, 공필성 감독 대행) 10위, 지난 해 7위(허문회감독), 그리고 올시즌 8위(허문회감독-래리 서튼감독)에 머물러 있다. 롯데 야구의 암흑기에 감독 잔혹사가 계속 중이다.

반면 강민호를 데려간 삼성은 그의 FA 계약 마지막 해인 올시즌 2위로 반등했다. 2018년 6위, 2019, 2020년 8위에서 2위가 돼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강민호는 어떤 구단도 손을 대지 못한다는 롯데 간판 포수였다. 그러나 그를 삼성에 빼앗겼고 더 이상 포스트시즌 기회는 오지 않고 있다. 롯데는 성민규단장이 선임된 후 유격수 마차도, 2루수 안치홍, 중견수 민병헌(은퇴 선언)를 계약하면서 센터라인을 강화했으나 그 시작 점인 포수진 보강에는 실패했다. 도쿄올림픽 국가대표에 선발돼 위력을 보여준 19세 고졸 신인 좌완 김진욱이 볼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포수 강민호가 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안타까움도 크다.

전체적으로도 강민호는 팀 내외는 물론 모든 야구 관계자들과 친화력이 크다. 그래서 롯데를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선수였는데 4년 전 그를 보낸 롯데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강민호는 2017년 10월15일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패한 후 한달 여가 흘러 11월21일 삼성과 계약하고 30일 입단식을 가졌다. 롯데에는 우선권과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총액 4년 80억원이 문제는 아니었다. 후일 삼성이 인센티브 등 4년 총액이 92억원이었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이미 롯데와 4년 75억원에 계약했던 강민호이기에 단지 돈의 차이는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포철공고를 나와 삼성이 연고지가 아닌가 하는 얘기도 있었으나 그는 제주도 출신이기도 하다.

4년 전 강민호의 삼성 행은 여전히 미스테리인 가운데 삼성은 계약 마지막 해 드디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사진=마이데일리 DB]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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