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선수들이 잠시 승부의 세계를 잊고 기념사진을 찍은 이유 [MD스토리]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아직 LG 트윈스의 2021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경기에서 이긴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LG 선수들은 기념사진 촬영에 나섰을까.

LG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던 25일 잠실구장. LG는 어떻게든 1승을 건지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이번에도 4-4 무승부라는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였다. 지난 주 3무 3패로 소득이 없었던 LG로서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1승이 절실했는데 이날 경기에서도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LG는 시즌 마지막 홈 경기를 마치고 '팬 여러분 감사합니다! 끝까지 힘차게 달리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홈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여기까지는 어느 해나 볼 수 있었던 마지막 홈 경기 행사 장면. 이윽고 팬들은 관중석을 떠났지만 그라운드를 비추는 조명은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LG 선수들은 다시 그라운드로 모여 들었다. 경기장을 떠나 퇴근을 해야 할 시간에 왜 다시 그라운드로 집결했을까.

바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예정인 베테랑 포수 이성우(40)를 위한 LG 선수들의 작은 이벤트였다. LG는 내년에도 잠실구장에서 홈 경기를 치를 것이지만 이성우에게는 생애 마지막 홈 경기로 남을 경기였다.

LG 관계자는 "주장 김현수를 비롯한 선수들이 이성우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주고 싶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라고 밝혔다.

이성우는 생애 마지막 홈 경기로 남을 한판에서도 자신을 '희생'했다. 9회말 문성주가 좌전 안타로 포문을 열자 이영빈의 대타로 나온 이성우는 투수 앞으로 희생번트를 성공하면서 팀에 득점권 찬스를 안겼다. LG는 아쉽게도 이성우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득점권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그래도 LG 선수들은 떠나는 이성우를 위해 작지만 소중한 이벤트를 열었다. 이때 만큼은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잠시 벗어나 미소를 보였다. LG 입단 후 프로 데뷔 첫 만루홈런과 끝내기 안타 등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든 이성우는 동료들 덕분에 또 한번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쌓았다.

[LG가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LG의 경기 4-4 동점으로 경기를 끝낸 뒤 아쉬워 하고 있다.(첫 번째 사진) 경기 종료 후 단체 기념사진을 찍은 LG 선수들.(두 번째 사진)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