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가 달라졌다' 김호철의 IBK...어떻게 훈련하길래?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용인 유진형 기자] 김호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6연패에 빠진 IBK 기업은행이다. 하지만 팀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김사니 코치와 조송화 무단이탈 사건 이후 어두운 표정과 무거운 분위기로 코트에서 자신감 없는 플레이를 펼치며 무기력한 경기를 하던 모습은 이제 찾아 볼수 없다.

김호철 감독은 부임 후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김호철 감독은 "최근 들어 선수들이 많이 밝아졌고 미팅 시간에도 서로 얘기를 잘하면서 많이 좋아졌다"라고 말한다. 어떻게 훈련을 하기에 이렇게 짧은 시간에 팀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일까

지난달 29일 IBK 기업은행 선수들의 훈련장을 찾아가 보았다. 오전 9시 30분부터 훈련이 시작된다. 선수들은 훈련시간 전 간단한 스트레칭과 웨이트 훈련을 마치고 코트에 모인다. 과거 현대캐피탈 시절 엄청난 훈련량으로 정평이 나있던 김호철 감독이다. 하지만 여자 선수들에게는 남자부에서 보여줬던 훈련 시스템과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한다.

첫 훈련은 배구공 굴리기 게임이다. 두 팀으로 나눠 배구공을 다리 사이로 뒷사람에게 굴리고 가장 뒷사람이 공을 잡고 맨 앞으로 뛰어가는 게임이다. 두 팀 중 코트를 먼저 도는 팀이 승리하게 된다. 선수들은 첫 훈련을 게임으로 시작하며 즐거워하고 많이 웃는다.

이어서 8대 8 언더 게임으로 팀워크를 다진다. 두 개의 공으로 시작하는 언더 토스 게임이다. 랠리가 이어지면 공이 세 개로 바뀌고 선수들은 더 집중하게 된다. 팀워크와 집중력, 그리고 팀 분위기까지 밝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두 가지 게임이 끝나야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 IBK 기업은행의 문제점을 파악한 김호철 감독의 맞춤형 훈련인 셈이다. 게임과 접목한 훈련 덕분에 선수들의 표정은 밝아지고 모래알 같던 팀워크도 단단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IBK 기업은행은 지난 31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0-3(23-25 15-25 15-25)으로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1세트 초반 보여줬던 분위기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IBK 기업은행이 한국도로공사의 연승 행진에 제동을 거는 듯 보였다. 2-2에서 끈끈한 수비를 펼치면서 김수진, 김희진, 김주향이 9연속 득점을 올리며 13-4로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전열을 가다듬은 도로공사가 켈시를 앞세워 추격하기 시작했고 IBK 기업은행의 상승세는 주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하경 세터도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토스가 불안해지며 아쉽게 경기를 내줬다.

경기가 끝난 뒤 김호철 감독도 "이것이 팀 실력이다. 전체적으로 훈련했던 패턴이 갑자기 이상해지면서 공수에서 늘어졌다. 이기고 지는 걸 떠나서 우리가 훈련했던 것을 다하지 못해 아쉽다"라고 말하며 1세트의 아쉬운 장면을 지적했다.

IBK 기업은행은 훈련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경기 내내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선수들의 실력이 아직은 부족하다. 김호철 감독도 "현재의 팀 전력으로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다만 2세트와 3세트에서 무기력하게 넘겨주는 것을 보완해야 조금씩 좋아질 것이다"라고 했다.

김호철 감독은 '버럭'에서 '세심함'으로 여자 선수들의 심리를 살피고 이해하며 소통하려 한다. 이런 노력의 결실이 언제쯤 첫 승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게임을 접목한 훈련을 실시하는 IBK 기업은행 김호철 감독.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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