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프로 퇴출...대구→수원→대구 찾아가 '매운 후추' 찾아낸 노감독의 '혜안'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IBK 기업은행을 상대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승리였다. 17연패 후 이뤄내 승리였기에 더더욱 감개 무량했다. 창단 1승, 홈에서 첫승을 올린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은 18일 경기후 곧장 경기도 용인 숙소로 올라왔다고 한다.

다음날 이른 시간에 전화가 연결되었지만 김형실 감독은 여전히 기분 좋은 목소리였다. 선수들은 모두 백신 3차접종을 위해 숙소를 모두 나간 상태였지만 노 감독은 혼자 합숙소에서 또 다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감독은 통화내내 박경현에 대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자릿수 득점을 할 줄 몰랐다”며 그러면서 박경현의 영입 비화를 소개했다.

선수단 구성을 위해서 동분서주하던 김감독은 박경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박경현은 2015-16년 시즌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유망주였다. 하지만 프로의 높은 벽에 막힌 박경현은 2년만에 프로에서 쫓겨나 대구시청 실업팀 유니폼을 입었다. 2018년이었다.

김감독은 지난 해 박경현을 테스트하기 위해 두 번이나 그녀를 만났다. 우선 대구에 있던 박경현을 수원으로 불러 올렸다. 수원 수성고 배구팀에서 기량을 점검했다. 김감독은 확정을 하지 않고 팀이 있는 대구로 내려보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김형실 감독이 대구를 찾아갔다. 다시 한번 박경현을 보고 지금 페퍼저축은행에서 뛰고 있는 대구여고 세터 박사랑을 보기 위해서였다.

김감독은 대구시청과 대구여고의 경기를 마련, 동시에 두 선수의 기량을 점검했다. 이 연습 경기를 본후 김형실 감독은 박경현을 레프트 자원으로 영입을 결정했다. 동시에 박사랑도 드래프트에서 제일먼저 이름을 불렀다.

박경현은 고질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스파이크 후 착지할 때 왼발로만 하는 나쁜 습관이 몸에 베여 있었다. 한발로 착지하면 체중의 3배 가량의 하중이 한발에 몰린다고 한다. 그렇다보면 아킬레스건이나 무릎 십자인대 등이 손상이 된다고 한다.

박경현도 외발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그녀는 왼발 뒷꿈치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것이 김감독의 설명이다.

그래서 김감독은 박경현에게 한발로 착지할 경우 벌칙을 줄 정도로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 많은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지금은 완전히 교정해서 전혀 문제가 없다.

결국 박경현이 고비때마다 득점을 이끌어내며 팀의 두 번째 승리, 홈 경기 첫 승리를 이끌어내는 주인공이 됐다. 김감독은 “경현이가 두자릿수 득점을 올릴줄 몰랐는데..”라며 껄껄껄 웃었다. 그만큼 기분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의미이다.

페퍼저축은행에는 프로출신 선수가 몇 명있다. 최가은-이현-지민경-이한비-문슬기-구솔-하혜진 등이 있다. 이들이 함께 뭉쳐 이제 갓 고교를 졸업한 6명의 후배들을 이끌어 가야 한다.

특히 박경현은 주장 이한비를 비롯해서 하혜진-문슬기 등 선배와 후배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내야 한다.

박경현은 승리 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그동안 안풀렸던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저희들끼리 힘내서 해보자고 다독였다”며 “사실 연패가 길어져 나뿐 아니라 선수들이 위추괴는 부분도 많았는데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 잘 돼서 기쁘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프로무대에 4년마에 복귀한 박경현은 “프로무대에 다시 온 만큼 도전해보자는 생각이었다”며 “많이 힘들거라고 생각했는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도와줬다”며 “올해는 이긴다는 욕심보다는 스스로 발전하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업무대에서 눈물젖은 빵을 씹어봤던 박경현. 그리고 이를 찾아내 ‘매운 후추’로 만들어낸 노 감독. 이런 감동의 스토리가 있기에 팬들은 페퍼저축은행에 빠져들고 있다.

[홈 첫승의 주인공 박경현. 사진= 광주 유진형 기자]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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