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입원 중 인터뷰 “난 한국 공항서 체포될 것... 우크라가 도와달라”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대위 출신 유튜버 이근(38)씨. /노보예브레먀 보도 화면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으로 활동 중인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대위 출신 유튜버 이근(38)씨가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갖고 참전 동기와 전장에서의 고충 등을 밝혔다.

이씨 측을 인용한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최근 특수정찰 임무를 지휘하던 중 부상당해 군 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주간지 노보예브레먀와 인터뷰를 가졌고 그 내용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보도됐다. 매체는 이씨의 경력 등을 간략하게 소개한 뒤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운 이유’ ‘가장 힘들었던 점’ ‘앞으로의 계획’ 등을 질문했다.

이씨는 “우크라이나에 온 것은 전적으로 도덕성의 문제다. 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TV를 통해 봤고, 러시아가 주권국을 침략하는 걸 믿을 수 없었다”며 “난 전직 특수부대원으로서 우크라이나군에 도움 될 만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죄악이나 다름없었다. 그게 내가 여기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부상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가 수도인 키이우 공격에 집중하던 당시 외곽도시 이르핀에서 치열한 전투를 펼쳤으며, 적을 격퇴한 뒤 남부로 이동해 또 다른 싸움을 하다 군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씨는 “우리는 이르핀 중앙공원에서 러시아 탱크, 장갑차, 병사들과 맞서 싸웠다”며 “그 이후 남쪽으로 갔다. 그 과정에서 부상당해 군 병원서 며칠을 보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으로는 추위와 식량을 꼽았다.

이씨는 “3월 초 우크라이나에 도착했을 때 매우 추웠다. 한국보다 추워서 싸우기 힘들었다. 팀원 중 한 명은 저체온증을 앓아 우리는 그를 대피시켜야 했다”며 “아침, 점심, 저녁 식사로 닭죽을 먹는다. 다만 재고 보충을 위해 키이우에 갈 때마다 현지 요리를 맛보는 일은 즐겁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병사와 다른 나라 용병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와 함께 일했다. 그들은 잘 훈련됐지만 문화적 차이가 컸다”며 “한국군과 미군은 사전 계획을 세우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 데 반해, 우크라이나군은 두려움 없는 진짜 전사처럼 저돌적으로 싸우는 방식이었다”고 했다.

이씨는 마지막으로 국내 복귀 시 여권법 위반에 따라 체포될 상황을 토로하며 우크라이나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때까지 내 할 일을 계속할 거다. 문제는 나의 우크라이나 체류가 고국에서는 불법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라며 “한국 법은 너무 이상하다. 내가 돌아가면 이 전쟁에 참전했다는 이유만으로 공항에서 체포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법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 이미 변호사도 선임했다”며 “감옥에 갇힐 위험이 있음에도 나는 여전히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믿는다. 우크라이나인들과 함께 일하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씨는 지난 3월 6일 인스타그램에 동료들과 출국하는 사진을 올리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48시간 이내 준비를 마쳐 공식 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한국 정부의 강한 반대에 마찰이 생겼고 처벌에 대한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튿날에는 현지 도착 소식을 알리며 “외교부는 시간 낭비하면서 우리 여권을 무효화하는 것보다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나 고민해보라”는 글을 썼다.

외교부는 러시아의 침공이 본격화되기 약 열흘 전인 2월 13일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를 발령했다. 이를 어기고 입국하거나 현지 체류 국민이 철수하지 않으면, 여권법 위반 혐의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거나 여권 반납·무효화 등의 행정 제재를 받게 된다.

한편 이씨는 2006년 버지니아 군사대학 졸업 후 이듬해 우리나라 해군 장교로 임관했다. 이후 UDT 등에서 복무하다 2014년 대위로 전역했다. 2020년 유튜브 예능 ‘가짜사나이’에 교관으로 출연해 얼굴을 알렸고 연예인급 인기를 누렸다. 현재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78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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