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88세 할머니부터 찾은 '황소' 황희찬…하지만 인사는 시크하게! [곽경훈의 현장]

[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곽경훈 기자] '할머니는 손 한번 잡고, 할아버지는 포옹하고'

울버햄튼 황희찬이 대표팀 소집을 위해서 24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로 귀국했다. 독일 뮌헨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현지 사정상 지연 운행 되는 바람에 약 2시간 30분 가량 늦게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휠체어에 탄 1935년생인 황희찬의 친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가족들은 황희찬을 보기 위해서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손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편안한 차림으로 입국장을 나온 황희찬은 제일 먼저 휠체어에서 기다리던 할머니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며 두 손을 따뜻하게 맞잡았다. 할아버지에게는 따뜻한 포옹을 했다. 그리고 가족들과 간단한 인사를 한 뒤 취재진에게 포즈를 취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공항까지 마중을 나왔지만 황희찬은 쿨한(?) 인사만 남겼다. 황희찬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날 오후 강남에서 진행되는 기자회견과 팬미팅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희찬은 빠르게 공항을 떠나야 했다.

황희찬은 대표팀 소집 전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따로 마련 하기로 했다고" 측근을 이야기 했다.

올 시즌 초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잉글랜드 울버햄튼으로 이적한 황희찬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0경기에 출전해 5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을 마쳤다. 황희찬은 한국 선수 중 프리미어리그 데뷔시즌 최다골을 기록했다.

황희찬은 올 시즌 자신의 활약에 대해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기도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분데스리가에 있다가 프리미어리그로 급하게 이적했다. 팀은 3경기를 치른 상황이었고 대표팀에 합류하는 상황이었다. 전술적으로 적응하는 데 있어 시간이 필요할 수 있었는데 운 좋게 바로 뛰어 골을 넣었다. 만족하고 감사스러운 순간이었다"며 "리그 적응 중 부상을 당했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움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시즌 중 좋았던 순간과 나빴던 순간에 대해서는 "내가 득점하고 팀이 이길 때가 좋은 순간으로 남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가족들과 지인들과 동료들과 주변사람들이 행복할 때 뿌듯함을 느꼈다"고 답했다.

또한 "힘든 상황은 득점이 안 나오고 안 좋은 이야기들이 나왔을 때다. 소속팀이나 감독님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었다. 그런 순간에는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내가 더 잘하기 위해 항상 생각했다. 골을 넣어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연계뿐만 아니라 공격포인트도 기록하는 세계적인 선수가 되는 것을 꿈꾸어왔다. 보완점이 많겠지만 계속 멈추지 않고 노력해 나가면서 세계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늘 6월 2일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 대표팀과 친선 A매치를 치른다. 6일에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칠레와 맞붙고, 10일에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파라과이와 맞붙는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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