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외인 릴레이 부상 후폭풍…토종 선발진의 꿀맛 휴식이 사라졌다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원래 하려고 했는데 못할 것 같다."

올 시즌 KIA 선발진은 최근 몇 년을 통틀어 가장 안정적이다. 돌아온 103억원 에이스 양현종을 필두로 이의리, 임기영, 한승혁이 로테이션을 탄탄하게 떠받든다. 거의 매년 4~5선발이 고민이었지만, 한승혁의 페이스가 역대급이다.

국내 선발투수가 4명이나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팀은 거의 없다. 그래서 김종국 감독은 내심 이의리와 한승혁에게 한 차례 정도 로테이션에서 제외, 휴식을 줄 구상도 갖고 있었다. 마침 4월 말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한 로니 윌리엄스가 정상적으로 복귀하면서 가능할 듯했다.

그러나 김 감독의 구상은 어긋났다. 로니가 돌아오자 또 다른 외국인투수 션 놀린이 이탈했기 때문이다. 놀린은 25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종아리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됐다. 최소 3~4주간 투구를 할 수 없다. 다시 준비하는 시간을 더하면 전반기 복귀가 불투명하다.

놀린은 좌완투수지만 왼손타자에게 강점을 보이지 못했다. 마이너리그서도 선발투수 경험이 거의 없던 로니가 오히려 빠른 공과 준수한 변화구의 조합으로 시즌 초반 안정적 행보를 한 것과 대비됐다. 때문에 KIA는 놀린의 교체도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별개로 로니와 놀린의 릴레이 이탈로 양현종~이의리~임기영~한승혁이 부지런하게 로테이션을 소화해야 한다. 김종국 감독은 지난 27일 광주 SSG전을 앞두고 "승혁이나 기영이, 의리를 한 텀 정도 쉬게 할 생각도 했는데 못할 것 같다. 선수들이 힘을 내줘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특히 선발투수로 풀타임을 소화해본 경험이 없는 한승혁이 관심사다. 올 시즌 한승혁은 8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3.83. 42⅔이닝을 소화했다. 2018년 88이닝이 자신의 한 시즌 최다이닝. 이런 페이스라면 넘어설 게 확실하다.

김 감독도 "승혁이가 이렇게 오랫동안 로테이션을 돈 적이 없었다. 잘 버텨주고 있지만 쉬게 해주고 싶기도 한데 로니가 부상했다. 투구수를 조절해가면서 계속 기용할 생각이다"라고 했다. 결국 선발투수들의 컨디션 관리는 김 감독의 몫도 중요하다.

투수출신 SSG 김원형 감독은 "전체적으로 선발투수들이 시즌 15경기 정도 넘어가면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금은 1선발 기준으로 9~10경기 정도 던졌으니 괜찮은 시기다. 젊은 선수와 나이 든 선수가 차이는 있다"라고 했다.

양현종의 경우 나이는 34세로 적지 않지만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체력 저하에도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임기영도 어쨌든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선발투수로 뛰었다. 그러나 이의리도 한승혁과 마찬가지로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다. 선발투수들의 마라톤이 KIA의 시즌 중반 레이스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승혁(위), 이의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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