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주석과는 다른 '글러브 패대기'...지독하게 운이 없었던 '1피안타' 패전투수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마운드를 내려온 투수가 더그아웃에서 글러브를 던지며 자기 자신에게 화를 냈다. 다소 과격해 보일 수도 있지만 동료 선수나 팬들 그 누구도 아무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단 한 개의 안타만 허용하고도 패전투수가 된 지독하게 운이 없는 투수가 있다. 바로 KIA 타이거즈 오른손 사이드암 선발투수 임기영 이야기다. 심지어 단 한 개의 피안타도 빗맞은 안타였다.

임기영은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5회까지 피안타 없이 볼넷 3개만 내주는 노히트 투구를 선보였다. 홈 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두산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런데 팀 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KIA 타자들이 이날 경기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침묵했다. 1회와 2회 기회를 병살타로 날렸고 5회에는 2사 만루 절호의 찬스를 놓쳤다.

동료들이 결정적인 찬스를 계속해서 놓치자 그렇게 잘 던지던 임기영이 6회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구가 잡히지 않으며 선두타자 안재석과 후속타자 안권수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그리고 양창열에게는 희생번트를 내줘 1사 2.3루 실점 위기를 맞았다. 다음 타자는 페르난데스였다. 페르난데스에게도 안타를 허용하지는 않았지만 좌익수 플라이로 피안타 없이 실점을 하고 말았다.

임기영은 후속 타자 양석환과의 승부에서 빗맞은 안타를 내줘 추가 실점을 했다. 이 안타가 이날 경기에서 내준 유일한 안타였다.

결국 임기영은 더 이상 마운드에서 버티지 못하고 이준영과 교체되었다. 임기영의 얼굴에는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무언가가 흥건하게 흘러내렸고 손으로 닦으며 고개를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동료 선수들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임기영을 위로했다. 임기영은 동료들의 위로를 받긴 했지만 0-0 팽팽하던 상황에서 갑자기 흔들려버린 자신의 투구에 화가 났고 결국 글러브를 던지며 스스로에게 화를 냈다. 이런 모습은 분노 표출이 아닌 승부욕에게 나오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극심한 경쟁의 세계에서 사는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승리하겠다는 승부욕이 넘친다. 승부욕은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개인도 팀도 발전시킨다. 물론 과한 승부욕과 열의로 부상을 당하거나 상대팀에게 선을 넘는 행동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런 승부욕은 지난 16일 하주석이 보인 무분별한 욕설과 폭력적인 행동과는 다르다.

[5⅔이닝 1피안타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KIA 임기영.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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