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km 악마의 재능의 베테랑 조력자…103억원 대투수 이렇게 무너뜨렸다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악마의 재능’ 안우진(키움)이 ‘103억원 대투수’ 양현종(KIA)을 무너뜨렸다. 이날만큼은 안우진이 양현종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11일 광주에서 올 시즌 첫 맞대결을 가졌다. 당시 양현종이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5탈삼진 1볼넷 2실점으로 승리투수, 안우진은 6이닝 8피안타 7탈삼진 2볼넷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나 18일만에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이번에는 안우진이 7이닝 2피안타 7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으로 승리투수, 양현종이 7이닝 5피안타 9탈삼진 2사사구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안우진은 패스트볼 최고 157km에 그쳤다.

엄청난 수치지만, 안우진은 23일 대구 삼성전서 이미 160km을 찍었다. 안우진으로선 스피드를 줄이고 경기운영에 더욱 신경을 쓴 경기였다. 최고 157km에 평균 154km였다. 4회 2사 3루서 황대인을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으로 요리했고, 5회 1사 1,2루서 류지혁과 박찬호를 슬라이더, 커브로 범타 및 삼진 처리한 장면이 백미였다.

안우진은 그동안 양현종이나 김광현(SSG)에 비해 구위와 탈삼진 능력에서 앞서지만, 경기운영능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상 선발 풀타임 첫 시즌을 보내는 안우진이 양현종과 김광현의 노련미를 넘어서긴 불가능하다.

그러나 안우진도 힘에만 의존하지 않고 적절한 변화구 구사와 범타 유도로 투구수도 관리하고 팀을 승리로 이끄는 능력이 있다는 걸 증명했다. 안우진으로선 양현종과의 맞대결서 판정승을 거둔 게 향후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이날 안우진의 판정승은 혼자만의 힘으로 일궈낸 건 아니다. 결정적 조력자가 있었다. 바로 베테랑 포수 이지영이다. 홍원기 감독은 경기 전 “아무래도 젊은 투수들에겐 베테랑 이지영을 붙이는 게 낫다”라고 했다.

이지영은 경기 내내 영리한 볼배합으로 안우진의 호투를 지원했다. 안우진은 이지영의 사인에 거의 고개를 흔들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0의 균형을 타석에서 깬 주인공이었다. 7회말 2사 2루서 양현종의 체인지업을 공략, 선제 결승 1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이지영이 이날 패스트볼 대응이 괜찮았다. 반면 직전 타석 슬라이더에 힘을 쓰지 못한 걸 감안한 양현종-한승택 배터리가 1~4구 모두 체인지업을 택했다. 그러나 이지영은 두 번만 헛스윙한 뒤 천금의 결승타를 뽑아냈다. 양현종도 엄청난 투구를 선보였지만, 이 한 방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안우진(위), 이지영(아래). 사진 = 고척돔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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