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km 악마의 재능, 돌연 ‘포크볼 봉인'…“안 던진다” 충격 선언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봉인할 겁니다. 안 던집니다.”

키움 안우진은 지난달 29일 고척 KIA전서 오랜만에 구속이 아닌 구종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2018년 데뷔 후 처음으로 포크볼을 던졌다. 0B2S라는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시험 삼아 가동했다.

결과는 좋았다. 나성범을 헛스윙 삼진, 최형우를 3루 땅볼로 처리했다. 지난주 부산 원정에서 송신영 투수코치에게 처음으로 배웠고, 다음 실전에 곧바로 활용했다는 게 안우진의 설명이다. 검지와 중지를 좁혀서 잡는 스플리터가 아닌, 간격을 넉넉히 벌려서 잡는 포크볼이었다.

송신영 투수코치의 기억은 약간 달랐다. 지난달 30일 고척 KIA전을 앞두고 “약 1달 전에 고척에서 캐치볼 할 때 얘기해줬다. 나는 대구에서(6월23일) (포크볼을) 던질 줄 알았는데 안 던지더라”고 했다.

안우진이 KIA전서 포크볼 2개를 던진 건 철저히 계획됐다. 송 코치는 “볼이 돼도 1B2S다. 무서워할 게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돌연 “이제 봉인할 것이다. 안 던질 것이다”라고 했다. 적어도 올 시즌에는 다시 포크볼을 던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가 있다. 송 코치는 “포크볼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단순히 타자들을 헷갈리게 하면서 승부를 좀 더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는 것만 계산한 게 아니다. 송 코치는 안우진이 훗날 메이저리그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이정후의 데이터를 업그레이드하다 안우진에게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는 후문이다.

송 코치는 “우진이에게 그랬다. 니가 포크볼을 던질 줄 알면 나중에 미국 가서 몸값 3~40억원이 더 뛸 수 있다고. 일본에서 메이저리그에 갔던 다나카 마사히로, 지금 오타니 쇼헤이를 봐라. 다 포크볼이 있다”라고 했다. 변화구 중에서도 낙차가 큰 포크볼은 여전히 타자를 가장 확실하게 속일 수 있는 마구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안우진에게 훗날을 대비, 포크볼을 더 연마해 실전서 더 던지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다. 송 코치는 “포크볼은 위험부담이 있는 구종이다. 지금은 보여주기만 해도 된다. 이제 보여줬으니 안 던지게 할 것”이라고 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없지만, 포크볼러 대부분 팔꿈치 혹은 어깨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팔을 비틀어 던지기 때문에 다른 구종보다 부상 위험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검지와 중지를 벌려서 던지는 것도 궁극적으로 다른 구종의 날카로운 구사에 방해가 될 수 있으며, 패스트볼 구속 하락의 우려도 있다. 송 코치는 이 모든 지적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안우진은 많은 무기를 가졌다. 포심패스트볼 160km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최고의 선물이다. 여기에 두 종류의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을 보유했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의 경우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상급 선발투수로 올라서면서 커맨드, 품질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홍원기 감독도 “작년과 올해 가장 다른 부분”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서 굳이 위험부담이 있는 포크볼을 던질 이유가 없다는 게 송 코치 생각이다. 홍 감독도 우회적으로 “시즌 중 새로운 구종을 던지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다”라고 했다. 이미 송 코치와 안우진이 합의하고 홍 감독에게도 보고가 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포크볼러 안우진’은 당분간 못 볼 듯하다.

다만, 안우진은 KIA전 직후 인터뷰서 포크볼 연마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시간은 당연히 안우진의 편이다. 일단 올 시즌에는 던지지 않거나, 던지더라도 어쩌다 1~2차례일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9개 구단 타자들의 머리가 복잡해진 건 분명하다.

[안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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