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 손바닥을 보니...'이유 있는 부진'...정신력으로 이겨낸 캡틴 이야기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야구선수의 손바닥은 그 선수의 훈련량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말이 있다.

수비 하나만큼은 리그 최고의 유격수라 평가받는 오지환인데 평범한 타구에 포구 실책을 하고, 찬스 때마다 범타를 물러나며 고개를 떨궜다. 오지환의 손바닥을 보면 다 이유 있는 부진이었다.

오지환은 최근 몸 상태가 안 좋았다. 개막 후 전 경기에 출전하던 선수가 지난달 후반부터 선발 라인업에서 연이어 빠질 만큼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류지현 감독은 체력 소모가 큰 유격수 오지환을 휴식 차원에서 뺐다고 했지만 밝혀지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지난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무더위 속에 구슬땀을 흘리며 타격훈련을 하던 오지환을 만났다. 팀 훈련이 시작되기 전 그라운드에 가장 먼저 나와 타격 밸런스를 잡기 위해 우타석에서 배팅볼을 치며 최근 떨어진 페이스를 끌어올리려 노력하고 있었다.

20여 분 동안 배팅볼을 친 오지환이 배팅 장갑을 벗으며 이호준, 모창민 코치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오지환의 손바닥이 이상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물집으로 인해 손바닥에 큰 상처가 나있었고 타격과 수비 시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강도 높은 타격훈련으로 왼손에 물집이 생긴 오지환이었다. 장갑을 껴도 불편했는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왼손에 붕대를 감고 다시 그라운드로 나갔다.

물집이 잡힌 손이 왼손이다 보니 좌타자의 타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오지환은 양손으로 끝까지 방망이를 잡고 손목의 힘으로 장타를 만들어내는 타격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배트 위를 덮는 왼손을 효과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한데 물집으로 인한 미묘한 불편함이 타격 정확도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물집이 잡히면 자신의 좋았던 스윙이 흐트러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나쁜 타격 폼으로 인해 타격 슬럼프가 생길 수도 있다.

1일과 2일 경기가 그랬다. 5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오지환에게 여러 번의 득점 찬스가 왔지만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만약 오지환이 여러 번의 득점 찬스 중 한두 번만 성공했다면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물집은 타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영향을 줬다. 오지환은 타격은 좌타로 하지만 수비는 오른손으로 하는 우투좌타로 왼손에 글러브를 낀다. 하지만 손바닥 물집으로 글러브 핸들링에 불편함을 느꼈는지 지난 1일 경기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포구 실책을 했다. 3회 1사 2루서 이대호의 유격수 땅볼 때 발 빠른 2루주자 황성빈이 3루를 뛰자 주자를 잡기 위해 급한 마음에 정확히 포구하지 못한 실책이었다.

양일간 최악의 타격 컨디션으로 웃지 못했던 오지환이었지만 3일 경기에서는 달랐다. 이날은 LG의 심장 박용택의 은퇴식이 있는 날이었다. LG 후배들은 레전드 박용택에게 마지막 승리를 선물하기 위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그에게 마지막 승리를 안겼다. 그 중심에는 오지환이 있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오지환은 타석에서 덤비지 않았다. 끝까지 공을 보며 골라내는 눈 야구로 2번의 볼넷을 얻어냈다. 그리고 7회 2사 2루서 배트 끝에 맞추는 타격이었지만 끝까지 손목을 돌리며 1타점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어떻게 해서든 팀 승리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한편 LG의 심장 박용택은 오래전부터 오지환이 차세대 LG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은퇴식에서 오지환을 바라보며 "이병규, 조인성, 이진영, 류지현, 서용빈 등도 못한 일이 있다. 노찬엽 이후 우승 주장이 없다. 네가 해줬으면 좋겠다. 얼마나 멋있느냐"라며 오지환을 응원했다.

[손바닥 물집으로 최근 경기에서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오지환.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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