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철 넘고 선동열·이강철과 어깨 나란히…’최악’이라는 김광현의 위대함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오늘 같은 경기는 최악이죠.”

SSG 에이스 김광현은 10일 인천 KT전 직후 솔직하게 말했다. “오늘 같은 경기는 최악이죠”라고 했다. 설령 점수를 주고 자신의 평균자책점이 올라가도 많은 이닝을 안정적으로 소화해 불펜 투수에게 도움을 주고, 팀 승리를 이끄는 게 에이스의 덕목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시즌 전 시범경기 기간에 자신의 등판일에 SSG의 승률 80%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SG는 이날 4-2로 이겼다. 김광현이 나온 날 SSG는 또 한번 이겼다. 어쨌든 19경기서 자신 때문에 팀이 진 건 2경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5이닝 7피안타 5탈삼진 2사사구 2실점에 그친 건 김광현에겐 불만족이다. 김광현은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다. KT를 상대로 이기고 싶어 로진백도 던져보고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4~5회에는 선두타자를 잡으면 점수를 줄 확률이 떨어진다고 보고 투구했다”라고 했다.

김광현의 ‘최악’ 발언과 달리, 이날 10승은 큰 의미가 있다. 스스로도 “투수들이 10승을 하면 선수단에 피자를 돌리지 않나. 10승의 의미는 그만큼 큰 것이다. 10승 투수와 그렇지 않은 투수는 차이가 있다”라고 했다.

더구나 이날 김광현의 10승은 대선배들을 제치고, 또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우선 통산 146승을 달성하면서,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함께 KBO 통산 최다승 5위에 올랐다. (1위 송진우 210승, 2위 정민철 161승, 3위 양현종 157승, 4위 이강철 152승)

또한, 정민철 한화 단장을 넘어서기도,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역대 최고 317경기만에 146승이다. 종전기록은 정민철 단장의 340경기(2007년)였다. 그리고 송진우 전 한화 코치의 11시즌에 이어 KBO 두 자릿수 승수 공동 2위(10시즌)에 올랐다. 정 단장이 1992~1999년, 2003년, 2007년, KT 이강철 감독이 1989년부터 1998년까지 총 10차례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김광현은 “대선배들의 기록과 타이를 이룬 건 좋은 일이다. 나도 언젠가 대선배가 될 텐데 뿌듯하다. 그런 선수를 바라보고 달려가 더 노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최악이라고 했지만, 김광현은 ‘레전드’ 반열에 오른 대투수다.

김원형 감독은 "그동안 광현이가 좋은 투구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9승에 머물렀는데 오늘 10승을 달성해 정말 축하한다"라고 했다. 동료 김성현도 "광현이가 던지는 날은 팀이 이겨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야수들이 좀 더 집중해서 찬스를 만드려고 노력했다"라고 했다.

[김광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