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다른손, 확신 있었다"…구승민이 밝힌 벤치클리어링의 전말

[마이데일리 = 고척돔 박승환 기자] "확신이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은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시즌 15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8회말 수비를 마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단과 충돌했다. 험악한 분위기까지는 아니었지만, 양측 선수단이 모두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8회말 1사 1, 2루 상황에서 구승민이 투구 중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구승민은 2루 주자 문보경을 한참 쳐다보더니 이내 발을 빼고 '시그널'을 보냈다. 이때만 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후속타자 이상호를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운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일이 발생했다.

구승민이 바지 허벅지 부분을 만지며 문보경을 향해 무언가 말을 건넸다. 정황상 문보경이 2루 주자로 있을 때 타자에게 사인을 전달하는 듯한 행동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러자 LG 김현수가 구승민을 향해 달려가 강하게 항의했고, 양 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에 결집했다. 다행히 물리적인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24일 취재진과 만난 구승민은 "아무래도 체스처가 있어서 의심이 됐다. 하지만 그 장면이 영상에는 나오지 않더라. 하지만 당시 나로서는 확신이 있는 상황이었다. 이닝 교대 시점에서 대화를 주고 받은 것은 김민호 코치였다. 문보경 선수가 아니었다"고 말 문을 열었다.

갑작스러운 벤치클러이링에 구승민도 적잖이 당황한 모양새였다. 구승민은 "코치님께 '의심이 되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김민호 코치님은 '그런 것 아니다'라고 말을 하는 도중에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구승민은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포수와 사인을 바꾸기까지 했다. 이때 문보경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이 일관됐다면, 구승민도 항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인 교체와 동시에 반대손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구승민은 확신을 가졌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LG 선수단을 흔들기 위한 항의는 아니었다. 구승민은 "벤치클리어링을 유발할 의도는 없었다. 하지만 내 시점에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부자연스러운 행동이 있었다"며 "두 번을 봤는데, 각각 다른 손을 움직이더라"고 말했다.

한편 래리 서튼 감독은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짧게 답하며 "굉장히 팽팽한 경기였다. 양 팀 모두 좋은 야구를 해줬다. 그러한 경기를 하다 보면 텐션이 올라가고, 감정이 올라올 수밖에 없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 전날(23일) 벤치클리어링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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